28일 오전 7시에 시작한 일본 중의원(하원) 국회의원 3명을 뽑는 보궐투표 결과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일본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지지율 20%대로 벼랑 끝에 몰린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은 최근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뒤 싸늘한 민심의 여파로 '실각 위기'에 몰린 상태다. 기시다 총리가 소속된 자민당 내 일부 파벌은 약 5000만원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부실하게 기재해 대거 징계받았다.
시마네 1구에서는 재무 관료 출신인 니시코리 노리마사 자민당 후보와 가메이 아키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사정이 급해진 기시다 총리도 전날까지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기간 두 번째로 시마네현을 찾아 "힘든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각오를 다지고 당을 바꿔 나가야만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0일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후보 가메이 아키코가 앞서고 있다. 전반적인 여론도 여전히 '비자금 리스크' 때문에 자민당이 불리한 지형에 놓여있다. 22일 교도통신이 3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60% 이상은 '비자금 스캔들'을 염두에 두고 정당 투표에 임할 거라고 답했다.
현지 매체는 시마네 1구 패배 시 기시다 내각의 '와해'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자민당 의원들의 '텃밭'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파벌 비자금 사건이 드러난 뒤 처음 치러지는 국정 선거"라며 이 지역구 투표 결과에 따라 기시다 총리 정권 운영과 중의원 해산 전략, 야당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기시다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선거"라고 평했고, 교도통신은 "시마네현 패배 시 기시다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해 다음 총선 이전에 (그가) 축출돼 9월 당대표 선거 출마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기시다의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2021년 보궐선거 패배 뒤 9월 불출마를 선언한 것처럼 기시다 총리 역시 지도력에 의문점이 생길 거라고 교도통신은 예상했다.
기시다 총리의 외교 성과는 나쁘지 않으나, 국내 문제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주간 기시다 총리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언급됐다며 특히 미국이 고립 상태로 후퇴하지 말라고 촉구한 의회 연설로 극찬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회담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내각은 엔화 가치 폭락, 생활비 위기, 일본 저출산 문제, 전후 최대 규모 방위비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비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기시다 실각 뒤 한·미·일 안보동맹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니엘 슈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이날 동아시아포럼 기고문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썼던 기시다 내각과 한국 윤석열 정부 모두 약 30%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두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 한일 관계가 다시 나빠지면 "한미동맹은 물론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능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