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 상황보다는 다르게 서울 강남 집값 억제라는 하나의 정무적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남용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달 서울시가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추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기자가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평가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목적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금지된다. 일정 대지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도 필요하다.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두 차례나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을 정도로 부동산 규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규제라고 할 수 있다.
토허제는 도입 당시에는 택지 등 토지 개발 사업지에 대한 투기 수요를 한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던 것이 개발 사업지 외에 가격 급등 지역도 포함 가능하도록 범위가 확장되면서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법령상으로는 최고 5년까지만 지정될 수 있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 지정권자이므로 5년을 초과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성수동에서 기자를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주민들이 내후년까지 제한구역에 묶일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쌓여서 5년 이후에도 지정이 연장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냐는 격앙된 반응도 상당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정책을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상황은 이미 처음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21년과는 상당히 변했음에도 규제는 무려 4년 동안 동일하게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은 더욱 가파름에도 단순히 2021년 지정 지역이기에 규제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잠재적 실수요마저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덤이다.
이런 불신은 결국 전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에 정치적 안배가 아닌 시장과 주민 목소리를 반영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