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924년 국제연맹 회의에서 채택된 ‘제네바 선언’은 이렇게 명시한다. 세계 최초로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 이 선언이 인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있었다. 아동의 권리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당시, 사상 처음으로 범세계적 전쟁이 몰아치며 아동들이 기아와 질병, 폭격에 고통을 받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인류 역사를 다시 한세기 전으로 후퇴시켰다. 가자지구의 참혹함은 인류가 쌓아 올린 아동의 권리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한 외신 기사에서 가자지구 내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생후 20개월 아기의 몸무게가 11파운드(약 5㎏)인 건 이제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생후 20개월 아기의 평균 몸무게는 10~11㎏이다. 평균 몸무게의 절반도 안 되는 아기들이 허다하다는 말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밀가루 한 봉지에 목숨을 거는 가자지구에서는 이제 분유는커녕 분유를 타 먹을 깨끗한 물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 아이들은 공습과 굶주림 속에서 죽고 있다. 10분에 1명꼴로 가자지구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6개월간 사망한 어린이만 1만4000명에 달한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총 2만6000명의 아동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본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공습으로 팔이나 다리 하나 이상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살아남은 아이들 다수는 고아가 됐다. 6개월간 1만명 이상의 여성이 사망했으며, 이 중 6000명은 아이들의 엄마였다. 유엔에 따르면 1만9000명의 어린이가 고아가 됐다. 12세 미만 어린이 중 최소 28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으며, 이 중 생후 1개월이 채 안 된 아기는 12명이었다. 이 아기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인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만400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거나, 이에 침묵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