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가자서 숨진 아이 반년새 1만4000명

2024-04-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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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924년 국제연맹 회의에서 채택된 '제네바 선언'은 이렇게 명시한다.

    아동의 권리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당시, 사상 처음으로 범세계적 전쟁이 몰아치며 아동들이 기아와 질병, 폭격에 고통을 받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네바 선언을 시작으로 국제사회는 수십여 년에 걸쳐서 아동 권리를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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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에 1명꼴로 숨지거나 다쳐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4월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파괴된 알-파루크 모스크의 잔해 옆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4월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파괴된 알-파루크 모스크의 잔해 옆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924년 국제연맹 회의에서 채택된 ‘제네바 선언’은 이렇게 명시한다. 세계 최초로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 이 선언이 인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있었다. 아동의 권리라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당시, 사상 처음으로 범세계적 전쟁이 몰아치며 아동들이 기아와 질병, 폭격에 고통을 받자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네바 선언을 시작으로 국제사회는 수십여 년에 걸쳐서 아동 권리를 확립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1959년 ‘아동권리 선언’에 이어 1989년 ‘아동권리 협약’(CRC)을 채택했다. 이스라엘 역시 1991년에 CRC를 비준했다. 아동이 전쟁이나 재난에서 가장 먼저 보호받고 구조돼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인류 역사를 다시 한세기 전으로 후퇴시켰다. 가자지구의 참혹함은 인류가 쌓아 올린 아동의 권리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한 외신 기사에서 가자지구 내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생후 20개월 아기의 몸무게가 11파운드(약 5㎏)인 건 이제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생후 20개월 아기의 평균 몸무게는 10~11㎏이다. 평균 몸무게의 절반도 안 되는 아기들이 허다하다는 말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모두가 밀가루 한 봉지에 목숨을 거는 가자지구에서는 이제 분유는커녕 분유를 타 먹을 깨끗한 물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 아이들은 공습과 굶주림 속에서 죽고 있다. 10분에 1명꼴로 가자지구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6개월간 사망한 어린이만 1만4000명에 달한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총 2만6000명의 아동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본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공습으로 팔이나 다리 하나 이상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살아남은 아이들 다수는 고아가 됐다. 6개월간 1만명 이상의 여성이 사망했으며, 이 중 6000명은 아이들의 엄마였다. 유엔에 따르면 1만9000명의 어린이가 고아가 됐다. 12세 미만 어린이 중 최소 28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으며, 이 중 생후 1개월이 채 안 된 아기는 12명이었다. 이 아기들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인류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줄 의무가 있다. 1만400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거나, 이에 침묵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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