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갖는 한계

2024-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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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20세기 말까지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학설은 산화적 손상설(Oxidative Stress Theory of Aging)이다. 이를 제안한 덴함 하먼(Denham Harmon)박사는 노벨상수상자의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어 왔다. 생명현상의 기본인 노화를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노화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산화적 손상설은 생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호흡하는 과정에서 부득불 발생하는 유해산소가 바로 노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산소호흡하는 생명체의 경우 소모되는 산소 중에서 적어도 2% 정도는 활성산소종 또는 산소라디칼이라고 불리는 유해산소를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일종의 필요악(Necessary Evil)인 셈이다. 유해산소는 자체 반응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생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언제나 있다. DNA, RNA 등의 핵산, 단백질 및 지질 등의 다양한 생체 구성 물질들에 영향을 미쳐 산화를 촉발하여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퇴행적인 노화를 일으킨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가설을 받쳐주는 자료는 시험관 수준뿐 아니라 개체수준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시험관적으로는 배양하고 있는 세포주에 산화적 스트레쓰를 주면 노화현상이 초래되고, 항산화제를 처리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한편 각종 동물들의 수명비교 실험에서는 항산화시스템의 활동성과 수명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되었다. 예를 들면 수명이 긴 동물은 짧은 동물에 비해서 소변내 배설되는 8 hydroxy guanosine 과 같은 산화적 스트레쓰에 의한 DNA손상 물질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지질의 과산화지표로 이용되는 4-hydroxy-nonenal이나 malondialdehyde 등이 노화에 따라 증가하고, 단백질의 산화도 증가함이 차례로 밝혀졌다. 더욱 수명이 일반인의 절반밖에 되지 못하는 워너 증후군이나 수명이 5분의 1도 안 되는 프로제리아와 같은 조로증 환자들에게서 카보닐화 정도로 나타나는 세포내 단백질 산화도가 높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산화적 손상에 대응하여 생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보호시스템을 진화적으로 발전하여 보강해 왔다. 슈퍼옥시드 디스뮤타제, 카탈라제,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 등의 효소시스템과 더불어 글루타치온, 퍼옥시리독신, 치오리독신 등과 같은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물질들을 자체 생성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효소계 유전자를 강화하면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도 밝혀졌다. 이와 같이 생체분자의 산화가 퇴행성변화를 초래하여 노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점점 부각되면서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위상이 높아졌다. 더불어 유해산소를 직접적으로 제거하거나 그 생성을 억제하는 다양한 물질이나 약제들이 항산화제라는 명목으로 개발되어 노화방지, 항노화, 노화예방 등의 구호로 산업, 의료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을 제창한 덴함 하몬박사는 매년 노벨상후보자로 거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다. 그 결정적 이유는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 가지는 운동의 건강효과논쟁에서 불거졌다. 운동을 하면 그만큼 유해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운동을 권장하여야 하는가가 문제였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적절한 강도의 운동은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수명연장에 도움이 준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면서 운동으로 발생하는 산소라디칼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었다. 다음 질문은 산소라디칼이 반드시 생체 내에 유해한가라는 의문이다. 산소라디칼은 무작위로 생체물질들과 작용하여 손상을 초래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어왔는데 산소라디칼이 엉뚱하게 생체에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상피세포증식인자(EGF)를 처리하여 세포 증식을 유도하면서 항산화제를 동시에 처리하면 세포증식유도가 중단된다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또한 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항산화제가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 실험에서 일률적이거나 보편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수명에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지금까지 기대하여온 바와 달리 노화를 설명하는 결정적 이론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산소라디칼의 제거 또는 방지가 반드시 생체에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으며 오히려 일부 산소라디칼은 생명현상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또다른 문제는 보다 더 근원적인데 있다. 산소라디칼이 생체내 불특정한 표적을 공략하여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특정한 유전자나 단백질 분자를 공략한다면 효과에 대하여 일정한 기전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산소라디칼의 공략이 무작위적으로 방향성이 없다는 사실은 노화원인으로서의 설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분자나 세포 및 개체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생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은 손상을 받으면 스스로 죽어가는 세포사멸에 이르거나 또는 형질전환하여 암세포로 바뀌어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산화적 손상이 초래하는 보편적인 노화현상을 초래하는 공통적인 경로가 있는가를 밝히는 일이 시급하다. 산화적 손상설의 기본 바탕은 무작위적 표적에 대한 손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거의 일정한 패턴의 노화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의 근원적 문제점이고 한계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산화적 손상설은 가설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노화학계의 거두였던 덴함 하먼박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노화의 산화적 손상설이 완벽하지 못하여 정설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산화제로 노화를 억제하겠다는 개념이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알아야겠다. 또한 유해하다고만 생각해왔던 산소라디칼이 더 이상 필요악이 아니라 필수선(Essential Good)으로서 생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생체의 어떤 물질들도 소중하다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생명체의 오묘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하먼박사의 추천으로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면서 명복을 빌고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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