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영의 금융문답]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인가요, 안전자산인가요

2024-04-23 06:00
  • 글자크기 설정

비트코인 반감기에도 1.68%로 소폭↑…7% 오른 금과 대비

중동 전쟁 리스크 여파​​​​​​​…한때 비트코인 6만2000달러로 폭락

SVB 파산 사태·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땐 금과 같이 치솟아

전문가 "아직 안전자산으로 분류하긴 일러"…신뢰도 높여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은 일반적으로 전쟁 상황에선 수요가 높아져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을 대표 안전자산인 금에 빗대 '디지털 금'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7% 이상 오른 금값과는 상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일까, 위험자산일까.
 
"반감기 땐 오르던데" 비트코인 가격 지지부진…'중동發 리스크' 영향
22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은 6만597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6만4890달러 대비 1.68%로 소폭 올랐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8일 한때 7만2000달러 선을 회복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9.13% 하락한 수치다. 

지난 20일 오전 9시께 비트코인의 네번째 반감기가 적용됐지만 이번엔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감기에는 채굴량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2016년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약 30배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반감기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비트코인이 시세 변동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3일에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6만2000달러 아래로 폭락하기도 했다.

반면 '중동사태'로 안전자산인 금 거래는 대폭 늘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하루 평균 금 거래 대금은 169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KRX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이후 최대 금액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투자자 사이에서 경제 불확실성이나 인플레이션, 통화 정책에 따른 위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SVB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안전자산 흐름과 같았던 비트코인
사진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사진=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격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해 위험자산 가격이 내려가고, 안전자산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경기가 활성화되면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며 안전자산 가격이 내려간다. 이런 공식과 최근 비트코인 현황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안전자산의 성격도 동시에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다. SVB는 지난해 3월 보유한 장기 국채 가치가 금리 상승으로 하락하며 파산한 은행이다. 당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미국 증시는 하락했지만, 금과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은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SVB 폐쇄 직후 일주일 만에 30% 넘게 폭등했다. 기존 금융권이 위기 상황을 맞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2년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치솟았다. 비트코인은 2022년 3월 1일 하루에만 전날 대비 11% 넘게 급등했다. 이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이 러시아에 대대적인 금융제재를 가하며 루블화 가치가 30%가량 폭락하자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아직 '대표 안전자산' 금 궤도에는 못 올라
전문가들은 아직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엔 이르다고 본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신흥국 간 무력 충돌에 둔감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금과 차이가 있다"며 "아직 비트코인 투자자 기반이 성숙하지 않아 위험 회피 국면에서 금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의 최고경영자(CEO) 역시 "비트코인은 아직 가장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도 아니고 확립된 가치 저장 수단도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이 최소 10억명의 사용자를 유치할 때까지 위험자산과 유사하게 거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결국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 교수는 "자국 화폐 가치 등락이 심해 금융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에선 비트코인이 이미 안전한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일정 수준 생기게 됐을 때, 그리고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기존의 중앙집권적 금융 체제에 대한 불신이 더해질수록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