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이른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영향으로 고꾸라진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이 늦어지면서 올해 초 중소기업들의 파산이 늘었는데 연말에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동기(205건) 대비 40.5% 늘었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에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원화 약세) 현상은 중소기업엔 가장 큰 악재다. 통상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면 원재료를 수입해 유통·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하기 마련이다. 환율이 오른 만큼 제품 판매가에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어 기업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수출 중소기업이 밝힌 손익분기점 원·달러환율은 1262원이다. 현재 환율은 이보다 100원가량 높아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 원·달러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최근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국제유가 모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들면서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중동 전쟁이 확전 위기에 놓이면서 올해 120~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지금의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이 더는 못 버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 입은 타격이 여전한데 환율에 유가까지 뛰면서 불안한 상황"이라며 "파산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