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 등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한·미·일 3국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한·미·일 3국 재무장관이 한자리에서 만나 회의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3국 재무장관회의 개최를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각 국가별로 이뤄졌던 협력을 3국 차원으로 확대하면서 정상 간 논의를 점검하는 것이 기본 골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마주한 환율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미국 금리 시점 지연과 중동 불안 등의 여파로 한국과 일본의 통화의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7개월 만에 1400원대, 엔·달러 환율은 34년 만에 154엔대에 진입한 바 있다.
미국도 이날 공동선언문에 "기존의 주요 20개국(G20)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최근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문구를 담는 데 동의하며 인식을 같이했다. 한국과 일본의 환율 안정 노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염두에 둔 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옐런 장관은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나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중국의 내수 침체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저가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 재무장관들은 "공급망 탄력성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대한 정상들의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을 통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주요 7개국(G7)과 세계은행(WB) 주도로 출범한 RISE는 공급망 전 과정에서 중·저소득 국가의 역할을 확대해 성장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만큼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하다.
러·북 무기거래 비판도…"3국·세계 경제 번영 위해 지속 협의"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응해 각 국가별 독자적 제재 수단을 활용할 것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이와 함께 다자개발은행 발전, 국제금융기구 강화, 아세안·태평양 도서국 지원 등도 지속 협의하기 위한 실무급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미·일 재무장관들은 "이러한 목표는 한·미·일 3국 간의 협력의 중요성과 전례 없는 우호 관계를 보여준다"면서 "3국 경제와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도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왔다"며 "그동안 다자무역은 효율성이 우선시됐지만 팬데믹과 분절화 등으로 공급망 교란을 겪으며 경제 안보가 또 다른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무역과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에 대해서는 3국 간 긴밀한 대화·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서도 3국이 협력하여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