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 총선이 19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유권자만 9억6000만여 명으로, 44일에 걸쳐 500여 명에 달하는 하원의원을 뽑는다.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로 오르는 가운데 현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한다면, 그는 인도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이후 첫 3연임 총리가 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 최초의 하층민 출신 총리다. 구자라트주 작은 마을의 차(茶)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기차역 노점에서 차이(인도식 밀크티)를 팔았다. 인도 신분제 카스트에서 그의 집안은 사실상 최하층에 가깝다. 모디 총리는 자신을 '차이 왈라'(차 파는 장사꾼)라 부르며, 하층민의 대변자라고 강조한다. 과거 인도 총리들은 영국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등 해외 명문대학교에서 유학한 '고위층‘이었다. 전직 총리들이 영어를 구사했다면 그는 힌디어와 구자라트어를 주로 사용한다.
하층민인 그가 총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로는 모디노믹스로 상징되는 뛰어난 경제 정책이 꼽힌다. 1987년 인도국민당(BJP) 입당으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그는 탁월한 수완을 나타냈다. 당내 여러 요직을 오가던 그는 2001년 본인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의 주지사로 임명됐다. 그는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로 낙후됐던 지역을 발전시켰다. 경제 성과에 힘입어 모디 총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구자라트주를 이끌며 ’최장기 구자라트주 주지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그의 업적은 향후 총리 선출에도 큰 영향을 줬다.
그의 최대 치적은 경제발전이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11위에서 지난해 세계 5위로 껑충 뛰었다. 식민 지배를 했던 영국의 경제 규모도 제쳤다. 인도는 3년 뒤 세계 경제 3대 강국으로 도달하겠다는 목표다. 외교적 위상도 격상됐다. 지난해 인도는 G20(20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리더 국가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모디 총리가 종교적 신념을 정치에 이용하는 점은 그의 어두운 부분이다.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그는 1971년 힌두 근본주의 단체인 인도국민의용단(RSS)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 단체의 기본 정신은 인도를 강력한 힌두국가로 만드는 것으로, 인도 내부의 이슬람교 신자(무슬림)를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인도 전체 인구 14억명 가운데 힌두교 신자는 80%이고 무슬림은 약 15%다.
모디 총리는 2002년 주지사 재직 시절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 신자와 무슬림 유혈 충돌로 무슬림 1000여 명이 학살된 사건에서 힌두교 신자 편을 들기도 했다. 또한 종교 문제로 차별받는 소수민족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시민권법'을 총선 직전 시행하면서, 정작 무슬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근 대규모 자금을 들여 람 만디르라는 힌두교 사원을 건립한 배경에도 인도를 힌두 국가로 바꾸려는 모디의 꿈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