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민의가 표출된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은 윤 대통령과 여권에 엄중한 경고를 했다. 여당이 개헌 저지와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108석을 얻은 것은 108 번뇌를 연상시킨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국가 발전과 국민의 편안한 삶을 위해 매진하라는 국민의 매서운 질책의 의미가 담겨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의하면 전국 254개 지역구의 총 투표수는 2923만 4129표였는데 민주당이 1475만 8083표, 국민의 힘은 1317만 9769표를 얻었다. 지지 비율로는 50.5%와 45.1%로 5.4% 포인트가 나지만 지역구 의석수로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 힘 90석으로 민주당이 1.78배가 많다. 소선구제도 탓이다. 민의가 더 잘 반영되는 선거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미·일과의 협력 강화, 탈원전 정책의 수정,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 등 지난 정부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문제, 디올백 논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 야권은 여전히 국정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빨리 내놓아야 된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수사 결과를 빨리 내놓아야 된다.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특검 추진도 필요하다.
공정은 상대방에 적용한 잣대를 자신이나 본인 가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공정의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채상병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수사기관의 결과로 보고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검법 자체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독소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러한 조항을 없애고 받아들이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기관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가 검찰이나 공수처의 역할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된다.
또한 국민의 소리에 겸손히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해서 국민을 가르치려고 들면 불통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어렵다. 의사 정원 문제는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진지하게 설득하고 타협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의사들도 무조건 정원 확대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국의 내로남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조국은 고등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출마를 하여 예상 외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범죄 혐의가 사라진 건 아니다. 자녀 입시를 위해 서류를 위조한 행위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자신의 자녀를 위해 서류 위조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은 범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법에서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내도록 해야 될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다 해서 과거의 법적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대장동, 백현동 사건 등 공익을 희생해 사익을 추구한 혐의가 있는 사건을 법원에서 시간 끌기로 일관할 수는 없다.
특히 정치 지도자의 신변의 불안정성은 사회 전반을 불안정하게 한다. 법원은 신속한 사법적 판단으로 이러한 불안정 상태를 가급적 빨리 진정 시켜야 된다. 다수 국회 의석을 장악한 이재명 대표와 그 우호 세력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회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법적 판단을 미루도록 사법부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 사법부는 국회 권력에 흔들림 없이 사법부 본연의 임무를 다해야 될 것이다. 사법부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