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경전철 착공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해당 사업이 과거에도 장기간 지지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선거 이후 또다시 ‘공수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송파·하남·성남수정 등 지역구의 여야 후보들은 비대위가 발송한 위례신사선 관련 질의에 대해 “오랜 기간 지연되고 있는 해당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후보들의 답변서에는 민간투자사업 진행이 실패할 경우 공공주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겠다거나, 사업이 지연되며 발생한 광역교통개선분담금 이자를 회수해 위례신사선 정상화에 투입하겠다는 내용도 공통적으로 담겼다고 비대위측은 전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야 후보가 한 목소리로 해당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총선 후 사업 탄력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되풀이되기만 할 뿐 진척이 없는 약속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위례신도시 주민 A씨는 "사업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데 왜 아직까지 삽을 뜨지도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밑그림이 나온 지 16년이 지난 서부선(은평~관악) 경전철 사업도 총선을 앞두고 관련 공약이 쏟아진다.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등 지역구 후보들은 '서부선 조기 착공' 공약을, 경기 안양시 후보들은 '서부선 평촌 연장' 공약을 내놓고 있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30년 개통이 예정돼 있었으나 위례신사선처럼 사업비 조율에 난항을 겪으며 지연 중이다. 지난 2019년 2월 계획이 발표된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도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에 올라가 있다.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수도권 교통 개선을 목표로 경전철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전철 사업은 지상으로 가기 때문에 지날 수 있는 노선이 상당히 제한적이며 사업성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앞서 용인, 의정부 등의 경전철 사업이 실패했는데, 정치권에서 이러한 선례를 알면서도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선거철만 되면 많은 교통 개선대책이 공약으로 나오는데,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계획부터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총선 이후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사업과 안 되는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