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4노조)은 이날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쟁의행위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첫 파업이다.
전삼노는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 1~5노조가 각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노조원 2만7458명 가운데 2만85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2만330명(74.04%)이 쟁의행위에 찬성하고 523명(1.90%)이 반대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구성원 50% 이상이 찬성할 경우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찬성표는 쟁의행위를 주도하고 있는 전삼노에서 나왔다. 전체 노조원 2만1012명 가운데 1만8455명이 투표했고 1만8143명(98.3%)이 쟁의행위를 찬성했다. 반면 전삼노에 이어 둘째로 구성원이 많은 DX노조는 전체 노조원(6210명)의 약 3분의 1(33.57%)만 찬성함에 따라 과반을 넘지 못해 쟁의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계현 대표를 포함한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전삼노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의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발표 후 "이번 사측 임금인상률은 일방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평화적 활동을 하려 했지만 (앞으로는) 파업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18일 찬반투표에 돌입하고 지속해서 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지난 1일에는 전삼노 구성원 약 200명이 화성 사업장에 집결한 가운데 노조 간부들이 대표실 진입을 시도했고 이 와중에 사측과 노조 구성원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산업계에선 전삼노의 강경한 행보가 반도체 업턴(호황)을 맞이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경쟁하며 매출·영업이익을 정상화하려는 삼성전자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약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흑자 전환에 힘입어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지만,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차세대 D램과 파운드리 사업 주도권을 두고 인텔·마이크론·TSMC의 견제도 한층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했다.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 3.0%+성과 2.1%)를 확정했다. 지난해 4.1%보다 1.0%p(포인트) 높고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2배에 달한다.
반면 전삼노는 사측과 노사협의회의 합의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평균 임금인상률 6.5%와 특별성과급 200% 등 기존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대표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노동부는 일괄되게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대표성을 인정한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전자 첫 쟁의행위가 다소 힘이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쟁의행위를 두고 양대 노조인 전삼노와 DX노조가 뜻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노가 쟁의행위로 사측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과도한 요구로 노조의 세를 불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삼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합원 수가 1만명 수준이었으나, 지난 1월 DS부문 성과급(OPI) 등으로 경영진을 압박한 후 3개월 만에 조합원 수가 2만명을 넘어서며 약 2배 성장했다. 이후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하면서 노조원을 5000명가량 더 확보했다.
반면 DX노조는 구성원 대다수가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받은 DX부문 소속 직원들이라 이번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