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21대 국회 마지막 과업은 '연금개혁'

2024-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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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그렇지만 5월 29일까지는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50일이 채 남지 않는 기간이지만 21대 국회가 마감하기 이전에 꼭 해야 할 과업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연금개혁’이다. 연금개혁은 2018년 제4차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지만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21대 국회로 넘어왔다.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주요 대선 후보가 연금개혁을 함께 주창하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2022년 8월 여야 합의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20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연금개혁특위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연금개혁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해왔다. 지난 1월 말부터 국회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가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금개혁공론화위가 연금개혁특위에서 부여받은 의제는 소득대체율과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 조정, 의무가입 상한연령과 연금수급 개시연령 조정,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형평성 제고,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등이다. 이들 의제에 대하여 연금개혁 관련 이해관계 단체 대표로 구성된 의제숙의단 협의에 이어 연령·성·지역에 따라 국민을 대표하는 500인의 시민대표단 숙의가 4월 중순에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대표단 500인이 숙의하는 의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대체율과 연금보험료율 조정이다. 그동안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주장과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소득보장론 입장에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재정안정론 입장에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국민연금 보장성을 40%에서 50%로 높이자는 주장과 40%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차이는 이해되지만 소득보장론에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제도보다 10%포인트 높이자는 주장을 하면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재정안정론에 대비하여 보험료율을 1%만 더 높이면 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보장성이 높아지면 이에 비례하여 보험료 부담도 높아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이면 연금급여 지출이 25% 늘어나게 되니 보험료 부담도 25% 더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보험료 대신에 조세로 조달한다 해도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득보장론은 재원 대책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지만 재정 안정화 입장에서 제시한 보험료율만 12%로 인상하는 방안으로는 재정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한계다. 적립기금 소진 연도가 현행 제도보다 7년 정도밖에 연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2033년에 65세로 높이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를 2048년까지 68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기금 운용 수익률은 5.1%로 높여야 함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 부담을 고려해 보험료율은 15%가 아닌 12%로 제시되었지만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다만 2023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 성과로 1988∼2023년 평균 수익률인 5.9%로 회복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5차 재정계산 시 가정한 기금운용 수익률이 4.5%보다 높은 6.0% 수준이 될 수 있다면 연금개혁에 따른 국민 부담은 크게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안정화 입장에서 제시한 보험료율 12%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연장해도 기금 소진 시점을 2090년에 가깝게 늦출 수 있다. 6%의 기금 운용 수익률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추가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하면 적립기금은 2100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해진다.
 
한편 적정 수준의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대한 국민 합의 도출과 함께 초저출산·초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에서 노후 소득보장체계를 효과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기능 조정을 통해 제한된 재원으로 노인 빈곤율을 낮추면서 적정 수준의 소득 보장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소득 8.33%의 높은 기업주의 비용 부담으로 운영되는 법정 퇴직급여제도를 노후소득 보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개혁도 검토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검토되어야 국민연금 개혁도 동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초연금·퇴직연금·직역연금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은 소득대체율과 연금보험료율 조정보다 어려운 국민 합의를 위한 긴 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모수 개혁 중심의 국민 합의를 우선 추진하면서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500인 시민대표단의 숙의 결과를 21대 국회 회기 중에 연금개혁으로 완결하지 못하면 어렵사리 구성되어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 왔던 연금개혁특위도 종료된다. 22대 국회에서 새로 연금개혁특위가 만들어질 것인지도 알 수도 없고, 연금개혁 논의를 행정부 차원에서 시작하면 완전히 원점 상태가 된다. 정부안이 만들어져도 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금개혁은 물 건너 갈 소지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21대 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연금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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