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예수금 추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혹시 모를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뱅크런) 등 징조를 미리 확인하고 즉시 대응하기 위함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예수금을 확인해 임계치(3% 내외) 상회 시 담당자에 즉시 통보하는 기능을 담은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난달 말부터 가동 중이다. 모니터링 데이터가 쌓이면 임계치는 추후 조정될 수 있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뱅크런이 발생했던 것을 계기로 리스크를 탐지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헛소문이나 가짜뉴스 등으로 뱅크런 조짐이 보일 시, 즉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은행 거래를 하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예금 인출도 쉬워졌다. 앞서 SVB가 파산하던 지난해 3월 9∼10일 이틀간 인출 시도액 1420억 달러(약 18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6.55%를 기록하며 전년 말 3.41%에서 급등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했다. 당국에서는 저축은행 업계에 충당금이 충분하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뱅크런 우려 또한 존재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앞선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많다”며 “고객들이 소문 등에 휘둘려 인출을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보 측은 “시스템 구축 이전엔 전화로 예수금 등을 확인했다”며 “금융환경이 디지털화하는 상황에서 대응하는 기관이 언제까지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도 지난해 11월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서비스을 구축‧가동했다. 지난달 금감원은 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을 상호금융권으로 확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