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3일 BIS, 5개 기축통화국을 포함한 7개국 중앙은행, 민간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와 공동으로 민간·공공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IIF에서 각 참가국의 민간 금융회사를 모집해 민관파트너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주요 7개국은 5개 기축통화국인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중앙은행과 멕시코, 한국이다.
윤성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한국이 주요 무역국이자 IT 강국으로서 무역금융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인프라를 만드는 새로운 스탠다드 설정 작업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의 민간 기관이 신규 사업영역을 발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예금과 기관용 CBDC를 활용해 통화시스템 개선 가능성을 모색한다. 통상 CBDC는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현금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리테일 CBDC와 금융기관이 발행해 기관끼리 자금거래, 최종 결제 등에 활용하는 홀세일 CBDC로 구분짓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홀세일 CBDC 개발이다. 그동안 한은에서 진행해 온 CBDC 활용성 테스트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국가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생기는 난관을 아고라 프로젝트는 민관 파트너십과 함께 풀어나갈 방침이다. 현행 금융체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현행 시스템의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령 그동안 해외 송금 과정에서 전문 메시지를 여러차례 반복해서 보내야 했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동화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줄어드니 송금 수수료도 저렴해질 수 있다.
그동안 각국의 시차나 은행 운영시간이 달라서 생겼던 문제도 아고라 프로젝트로 하나의 통합원장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만큼 24시간 이메일처럼 실시간으로 송금 가능해지는 것이다. 해외 송금시 우려했던 착오송금도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거래 당사자끼리 투명하게 정보 열람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아고라 프로젝트는 단순 개념검증(PoC) 단계가 아닌 실거래 구현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 시스템(시스템의 핵심 기능만을 우선적으로 구현한 초기 시제품)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한은은 국내에서 진행중인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IIF와 함께 국내 민간부문의 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윤 부장은 "내년 2분기까지 보고서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험을 마무리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결제은행 혁신허브의 수장인 세실리아 스킹슬리는 "아고라 프로젝트에서는 핵심 디지털 금융인프라 상에 이 모든 것들을 한 데 모아 시스템이 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새로운 공통 지급결제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지 기술 테스트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국에서 실제로 국가간 지급결제를 수행하는 금융회사와 함께 기술 검증을 진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송 BIS 경제 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토큰화는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기록 유지 기능과 기록의 이전을 규율하는 규칙 및 논리 기능을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는 중앙은행이 핵심인 2계층 통화시스템이라는 검증된 기반 위에서 구축되고 금융무결성과 통화시스템 거버넌스를 위한 안전장치를 희생하지 않고도 새로운 기능들이 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