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인사이드' 스티커 붙인 전기차?

2024-03-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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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왕의 '인텔 따라하기'

전기차 시장서 배터리 위상 추락

'배터리=CATL' 이미지 각인 노력

2023년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CATL 로고가 붙여진 광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CATL 로고가 붙여진 광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배터리왕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가 'CATL 인사이드' 전략을 내걸었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이 과거자사 칩을 넣은 PC는 믿을 만하다는 이른바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을 펼쳤던 것을 연상케 한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스마트 기술력이 중요해지면서 배터리 기업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라방하고 매장 열고···" '배터리=CATL' 이미지 심기 주력
중국 현지매체 36kr에 따르면 CATL이 오는 8월 쓰촨성 청두에 '신에너지 라이프 플라자'라는 이름으로 첫 오프라인 브랜드 전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총 1만5000㎡ 면적의 매장에는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이른바 'CATL 인사이드' 전기차가 전시된다. 20여곳 전기차 기업에서 만든 50여종 모델의 150여대 차량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CATL은 앞으로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모터쇼에도 참가해 'CATL 인사이드' 전기차 모델 홍보와 판매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CATL은 내달부터 중국 최대 숏폼(짧은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주요 자동차기업 임원들을 초청해 소통과 교류하는 등 소비자에 CATL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인 배터리 회사로선 이례적인 행보다. 

CATL은 지난해 8월에는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거액을 들여 100여곳 미디어를 초청해 오프라인으로 신제품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상하이 훙차오 공항 등 주요 도시 공항이나 고속철역 인근에 자사 배터리를 홍보하는 옥외 광고판도 설치했다. 

심지어 CATL은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차체에 'CATL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면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제공하는 방안도 협상 중이라고도 매체는 전했다.

인텔이 1991년부터 자사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탑재된 PC 겉면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인 PC제조업체에 프로세서 값의 최대 5%를 광고 비용으로 적립해준 것처럼 말이다. 약 13년간 지속된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인텔이 최첨단 반도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CATL도 '인텔 인사이드' 마케팅 전략처럼 자사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가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시장에 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 '후반전'···CATL 배터리 위상도 하락
한때 CATL은 탄탄한 중국 정부 지원과 팽창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배경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대다수 자동차 회사들이 CATL 배터리를 구매하기 위해 사전에 보증금까지 지불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배터리 품질이 차츰 향상되며 CATL을 대체할 만한 배터리 기업들이 생겨난 데다가, 자동차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엔 배터리 공급 과잉, 리튬 가격 하락, 전기차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 등과 맞물리면서 CATL이 재고 압박에 시달리며 수익성 악화에 맞닥뜨렸다. 이제는 CATL이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바짝 몸을 엎드려야 하는 신세가 된 것.

실제로 지난해 CATL 매출은 400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2021년, 2022년 매출 성장률이 150%를 넘었던 것에서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순익 증가율도 43.58%에 달하긴 했지만 2021년(185%), 2022년(93%)에는 한참 못 미쳤다.

CATL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CATL 인사이드' 전략을 내걸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차가 더 잘 팔리도록 함으로써 자동차 업체들이 CATL 배터리를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심산이다.

'CATL 인사이드'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내는 모습이다. 올 초부터 CATL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늘고 있는 것.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CATL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배터리 탑재량 기준 43.1%였는데, 올해 2월에는 시장 점유율이 55.16%까지 늘어났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올해 1~2월 중국 내 CATL 시장 점유율이 강하게 반등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CATL 인사이드 마케팅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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