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왕 비야디(BYD)가 지난해 내수와 수출 쌍끌이 효과로 사상 최대 순익을 냈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은 둔화세를 보였다. 비야디가 수익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고급화·스마트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中 전기차 출혈 경쟁에···비야디 수익성도 하락
비야디는 26일 저녁 실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약 81% 급등한 300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비야디가 중국 국내외에서 고객에게 인도한 순수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NEV)는 모두 302만대다. 비야디의 최대 맞수인 테슬라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182만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년 대비 19.4% 증가한 150억 달러(약 21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치열한 전기차 출혈 경쟁 속 비야디도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딜러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수익성은 지난해 4분기부터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익이 86억7400만 위안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6% 증가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선 약 17% 하락한 것. 4분기 영업이익률도 21.22%로, 전 분기보다 0.9%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올 들어 중국 전기차 가격 출혈 경쟁이 더 격화하면서 비야디가 더 큰 수익성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경기 둔화세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비야디를 비롯한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앞다퉈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漢)·친(秦)·탕(唐)·쑹(宋)·위안(元) 등 왕차오(王朝) 시리즈 가격을 인하한 비야디는 이달 초 새로 출시한 소형 전기차 모델 e2 가격도 기존보다 약 12% 낮춘 8만9800위안부터 시작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비야디가 내놓은 다섯째 10만 위안(약 1800만원) 미만 가격 전기차 모델이라고 전했다.
고급화·스마트화 '승부수'···R&D '주력'
시장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을 놓고 경쟁하던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부터 스마트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면서 비야디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고급화·스마트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지난해 7만 위안에서 20만 위안대 가격의 왕차오·하이양 시리즈 누적 판매량이 약 290만대로, 전체 판매량의 95%를 차지했다.
왕차오 시리즈 중에서도 20만 위안대 이상의 탕·한 시리즈, 독일 벤츠사와 합작한 텅스(騰勢, 덴자·DENZA), 그리고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仰望)과 팡청뱌오(方程豹) 등 중고급 모델의 4분기 매출 점유율은 오히려 3분기보다 0.5% 포인트 하락한 21.5%에 그쳤다고 중국 매체 36kr은 분석했다.
중국 21세기경제보는 비야디가 비용을 낮추거나 판매 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현재 원자재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로 비용을 통제하고 있는 비야디 공급망 특성상 추가 비용 인하 여지가 낮다며 사실상 고급화, 스마트화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비야디가 최근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비야디는 지난해 R&D 비용은 전년 대비 112% 이상 늘어난 395억7500만 위안이었다. 지난해 매출의 6.5%를 R&D에 투입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5.2%에 불과했던 R&D 투자 비율은 4분기 8.1%로 치솟았다.
아울러 비야디는 올해 해외 수출에도 더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비야디 전기차 판매량에서 해외 수출 물량은 약 8%인 24만대였다. 비야디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400만대로 잡고 이중 12.5%인 50만대를 해외 수출 물량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럽,미국 등 국가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과 자주적 통제능력을 강화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