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당 경쟁’ 논란을 불러온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대해 업계 자율시정을 권고했다. 당초 환급률 110%대로 관련 상품 설계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율시정으로 제재 수위를 낮춘 모습이다. 기존 120% 초반 환급률로 상품 판매를 지속할 수 있게 된 생보업계는 안도하고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 관련 보험업계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업계 자율시정 방안을 마련했다.
종신보험은 죽은 뒤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다. 사실상 생명보험업계 상징적 상품이지만 최근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떨어지자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말 그대로 5·7년 단기로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시점이 되면 120% 이상 보험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급률이 100% 넘겨 손해가 예상될 수 있지만 120%대 수준에선 자체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고 비교적 높은 판매율로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험권에서는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예상과는 다르게 당국은 제재 수위를 낮췄다. 현행 환급률 수준이 적정한지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하고 회사별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자율시정을 하면 되도록 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 상품 개정에 시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필요시 경영진 면담을 실시하고 현장검사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낮춘 이유로는 단기납 종신보험 과당 경쟁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환급률이 130%까지 달하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판매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120% 초반대 상품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김철주 생보협회장 또한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생명보험사의 제3보험 과당경쟁과 관련해 업계 자중 노력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규제 수준이 낮아진 것이어서 업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당사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120%대 중반 환급률로 유지되고 있는데 120%대 초반대로 환급률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며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0%포인트가량 지킨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단기납 종신보험뿐만 아니라 1인실 입원비, 운전자보험, 독감보험 등 보험상품 관련 과당 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보험사가 담보 금액을 늘리거나 신담보를 개발하면 금감원에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사전에 모니터링이 어려웠던 부분을 미리 확인하고 과당 경쟁에 대한 통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