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운 세 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본래의 명분은 3년 내 자사주 50% 소각 등을 통해 이루어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뜨거운 이슈로 손꼽히던 금호석유화학과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간 대결은 제47기 정기 주총에서 회사 측 압승으로 22일 마무리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을 한 달가량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주주제안권을 위임했다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박 전 상무의 주주 권한 대리를 맡은 차파트너스는 올해 정기 주총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기존 보유 자사주(524만8834주) 전량 소각 △김경호 케이비(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선임 건 등을 주주제안했지만 한 건의 안건도 채택받지 못했다.
차파트너스의 명분은 독립성의 결여 등 주주가치 제고 문제다. 금호석화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에 부당하게 활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이사회가 매번 100%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모두 소각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지난 6일 이사회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결정했다.
이러한 대응에도 차파트너스는 나머지 50% 자사주가 우호지분으로 제3자에게 처분돼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총에서 맞붙겠단 입장을 내놨다.
이후에도 양측은 언론을 통해 잇달아 입장을 내며 주총 전 장외 여론 공방을 이어왔다.
금호석화는 차파트너스가 박 전 상무를 대리하는 건 사실이지만 행동의 본질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 속에서 자사주를 단기 전량 소각하지 말고 재무건전성과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 등을 위해 일부 남겨두는 것이 기업가치를 더 높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차파트너스도 이사회의 주총 진행 절차 등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법원에 이를 조사할 검사인 선임까지 신청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금호석화는 이사회 안건과 주주제안 안건을 차례로 표결하지 말고 함께 표결해 찬성표가 많은 안건을 채택하자는 차파트너스 측 요구를 수용하기도 했다. '두 의안 중 하나가 가결되면 나머지는 자동 폐기된다'고 한 표결 방식이 부당하다는 차파트너스 측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총 전 뜨거운 공방이 오가며 관심이 쏠렸으나 주총 당일 결과는 사측의 압승으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지분의 9.0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총 전날 열린 수탁자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차파트너스의 자사주 소각 관련 안건에 반대했고, 사외이사는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져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차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방식대로 투표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자사주 소각 관련 정관 변경안에 대해 사측이 74.6%의 찬성률로 주주 제안의 25.6%를 크게 앞섰으며, 사외이사 선임안에서도 사측이 76.1%의 찬성률로 주주 제안의 23%를 약 3배 가까운 차이로 압도했다.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가 "자사주를 쌓아두고 처분하며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세계 표준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는 "자사주 소각만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라고 응수하며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알려졌다.
금호석화 측은 주총 결과를 두고 "석유화학업계가 절체절명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 회사의 미래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오히려 경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제안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