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증가 추세에 따라 기업활동의 탄소중립 요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등 고가 차의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도 8.2%에 달한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판매는 69만5382대로 전년보다 37.2% 증가했다. SUV도 227만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3.9%에 이르렀다.
다만 장 사장은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성장 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동차 산업 수요의 회복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유연·민첩한 완성차 사업 대응 △전기차 근본 경쟁력 제고 △SDV 전환 △전기·수소 에너지사업 생태계 구축 △인재확보·조직문화 혁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장 사장은 올해 CES에서 강조한 SDV와 수소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차량 제어기를 전자·편의, 주행성능,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4가지 기능 영역으로 각각 통합을 추진하고 작은 부품에서 시작해 생산까지 모두 아우르는 '칩 투 팩토리(Chip to Factory)' 전략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혁신과 SDV 제품 양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수소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인프라도 강화한다. 주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은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이다. 주주 대상 설명회의 발표자로 나선 신재원 AAM본부 사장은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S-A2 기체의 개발 목표와 안전성에 대해 강조했다. 항공 우주 분야 전문가인 이지윤 사외이사는 "경비행기 수준의 안전성을 목표로 하는 주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는 민간 항공기 인증 기준에 준해 안전성을 최우선에 둔 기체 개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진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이 가결됐다. 장 사장은 향후 3년간 현대차를 다시 이끌게 됐다. 이동석 부사장은 재선임됐고 기획재경본부장으로 승진한 이승조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미래 모빌리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재무통인 이 전무가 사내이사로 채택된 것으로 분석된다. 심달훈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이지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재선임됐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이사진의 보수한도액과 배당금은 늘었다. 이사진의 보수한도액은 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9%, 2021년 대비 60% 증액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며 주요 기업들이 보수한도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기말 배당금은 보통주 기준 전년보다 2400원 오른 주당 8400원으로 확정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약 250명이며 참석 주식 수는 1억5107만3942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74.1%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