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위기설·비관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양회가 폐막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발표했고, 시장에서 기대하는 대규모의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번 양회에서 발표된 올해 중국재정·통화정책방향을 보면 현재 중국이 당면한 지방정부부채, 부동산침체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재정적자 비율이 3%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재정지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GDP 대비 3%면 적자규모가 4조600억 위안(약 754조원)이고, 일반 공공예산 지출규모는 28조5000억 위안(약 52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 위안(약 186조원) 증가했다. 글로벌 환경변화와 대내적 경기침체에 대응하며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불필요한 중앙재정지출은 줄이면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중앙정부의 삼공(三公, 공무해외출장∙접대비∙관용차구입 및 유지비) 지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25% 줄었다. 반면, 지방부채가 심각한 12개 성시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에 이전한 금액은 2019년 7조4400억 위안에서 2023년 10조2900억 위안으로 38% 증가했다. 올해 양해에서도 중앙·지방정부, 각 부처별 불필요한 전시회, 포럼 등 행사금지 등 경비삭감을 위한 공공부문의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지방채무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재정여건과 통제시스템을 감안하면 충분히 방어해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하방을 막기 위해 올해 양회에서 언급된 다양한 부양책 중 결국 핵심은 2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소비를 통한 경기부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앙 양회의 내용과 방향성은 사전에 개최되는 31개 성·시·자치구 지방 양회에 제시된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다. 올해 지방 양회 정부업무보고내용을 살펴보면, ‘내수·소비촉진’ 키워드가 ‘투자(370회)’, ‘과학기술(236회)’보다 많은 약 550회 언급되었다. 작년 중국경제성장률 5.2%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기여도가 82.5%인 만큼 올해 5% 내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내수소비를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은 양회기간 진행된 경제부처 장관 기자회견에서 올해 자동차·가전·인테리어·주방용품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과 서비스소비 활성화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비스소비 대비 경제부양효과가 큰 내구소비재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소비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래된 내구소비재 제품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이구환신’ 정책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 내 3.5톤 이하 경형 휘발유 및 디젤 차량에 적용되는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이 1600만대가 넘고, 이 중 15년 이상된 노후차량이 700만대가 넘는다. 이러한 차량에 대해 조기폐차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퇴출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 및 신차 교체 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표준 안전사용기한이 넘는 가전제품이 약 2억7000만대로 이를 새것으로 바꾸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구환신과 서비스 수요촉진을 통해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시장으로 유인하겠다는 생각이다. 작년 3분기까지 급격히 증가했던 저축률이 4분기부터 증가 추세가 조금 축소되고 있는 것도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위안화 저축 증가금액이 5조4800억 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조 3900억 위안 감소했다. 징둥닷컴이 올해 30억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소비재 보상판매에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에 맞춰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둘째, 특별국채발행을 통한 2개의 핵심영역(两重) 투자를 확대하며 경기부양과 기술자립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2개의 핵심영역’이란 국가중대 전략프로젝트(国家重大战略项目)와 중점영역 안보능력건설(重点领域安全能力建設)을 의미한다. ‘국가중대 전략프로젝트’는 징진지 협동발전, 창장경제벨트, 장강삼각주 일체화 전략,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황하유역 생태문명 건설 등 5대 중점 인프라 전략구축사업을 말한다. 이른바, ‘시진핑식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사업’이다. 소비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유동성(투자)을 풀어 경기부양을 어느 정도 지탱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점영역 안보능력건설’은 중국의 경제체질 개선과 미·중간 전략경쟁 심화에 따른 기술자립과 경제안보를 위한 사업을 의미한다. 5G 기지국·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 신형인프라 구축과 식량안보·에너지안보·핵심산업 자체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지방정부 전용채권 3조9000억 위안과 초기 특별국채 1조 위안, 작년 4분기 발행한 국채 1조 위안 대부분이 올해 3분기까지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합한 대략 5조6000억 위안(약 1037조원)의 자금을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중장기적 경제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적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지방채무 리스크에 매몰되지 말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박승찬 필진 소개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