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따따블인가, 반토막인가"…공모주, '증권발행실적보고서'로 판단

2024-03-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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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규 상장주식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료 중 하나가 증권발행실적보고서입니다. 상장하려는 기업의 공모주 청약 단계에 증권발행실적보고서는 반드시 공시돼야 하는 서류에 해당합니다. 유명한 회사의 사례를 통해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인지, 투자 판단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두 차례 일정 연기 끝에 작년 12월 12일 상장한 LS머트리얼즈는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혔던 만큼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던 회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 주가가 공모가 6000원에서 출발해 2만4000원으로 4배(300% 상승)를 기록하며 이른바 '따따블'로 마감했지요. 상장 이튿날인 13일도 전일 대비 상승 가격제한폭인 3만1200원에 장을 마쳤고요.
LS머트리얼즈는 상장 전 12월 8일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발행 주식 총액 877억5000만원으로 코스닥에서 공모한다고 밝혔지요. 앞서 12월 1~4일에 공모 청약이 진행됐고 6일을 청약증거금 납입기일로 잡았습니다. 해당 IPO를 키움증권과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회사를 맡아 진행했는데, 두 주관사가 발행되는 증권을 41.25%씩 인수하고 나머지를 이베스트투자, 하이투자, NH투자가 인수했네요.

발행 주식 총수는 1462만5000주인데 이 가운데 대부분(72%)인 1055만9250주는 기관투자자 물량으로 배정됐고 우리사주조합이 일부(3%, 40만9500주)를 배정받았습니다. 나머지 25%(365만6250주)가 일반투자자 몫이었고요. 일반투자자가 67만6763건, 62억5771만270주 청약을 신청할 만큼 높은 관심이 몰렸는데 최종적으로는 66만8572건의 신청에 대해 배정이 이뤄졌죠.

일반투자자가 기관투자자보다 배정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적은데 훨씬 많은 신청이 몰렸네요. 어떤 신청건에 어떻게 발행 주식을 배분할까요? 일반투자자들은 배정된 공모주 수량의 일정량 이상을 청약에 참여한 총 인원수에 따라 받는데 이것을 균등배정이라고 합니다. 그 나머지 수량은 증거금을 납입하고 청약한 수량에 비례해서 많은 수량을 청약한 사람에게 많이 배정하는데 이것을 비례배정이라고 하고요.

LS머트리얼즈 사례에선 일반투자자에게 물량 절반가량인 182만8127주를 균등방식(일괄청약방식)으로, 나머지 182만8123주를 비례방식으로 배정했습니다. 물량을 인수한 증권사에 따라 세세한 배정 방식은 또 달라요. 키움증권은 균등배정 때 전체 청약단위에 3주씩 배정하고 나머지를 전원 추첨으로 1주씩 추가 배정했고, 비례배정 때 1000주 단위 이상 신청 건에 경쟁률로 배정 후 나머지를 추첨 배정했지요.

일반투자자는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기간별 배정현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무보유 확약은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내다 팔지 않고 보유하도록 강제한 건데요. 기관투자자는 IPO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의무보유를 확약합니다. 주식을 배정받은 후 확약한 의무보유기간 내에 주식을 처분하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가 되고 이후 일정 기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확약기간과 기관투자자 유형에 따라서 세분화한 배정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LS머트리얼즈의 기관투자자 의무확약 물량 중 58만1881주는 6개월 확약, 112만8739주는 3개월 확약, 104만7934만주는 1개월 확약, 45만3155주는 15일을 확약한 것으로 공시됐습니다.

일반투자자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기관투자자들이 이 주식을 단기간에 빠르게 처분할 수 있다면 상장 후 단기간 주가 상승 동력을 빼앗을 수도 있겠지요. 의무보유 확약기간이 넘어갈 때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대량 매도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주가가 내려가겠죠. 반대로 기관투자자들이 많은 주식을 오랫동안 갖고 있겠다고 확약했다면 그만큼 주가 흐름에 긍정적이겠고요. 

일반투자자들이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다른 항목은 자금 사용목적란인데요. 여기에 실제로 조달한 금액과 이것을 어디에 쓰는지를 항목별로 나눠 제시합니다. LS머트리얼즈는 모집한 자금 877억5000만원 중 시설자금 347억5562만원, 운영자금 26억9000만원,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 90억원, 기타(발행제비용, 구주매출, 연구비용 등) 413억438만원을 사용 목적으로 기재했네요.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투자자는 이 자금 사용목적을 바탕으로 향후 이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한 단서를 얻어 갈 수 있습니다.

LS머트리얼즈는 LS엠트론의 전기차 보조전력이나 산업용 비상전력 장비에 들어가는 중대형 에너지저장장치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시설자금은 이 주력 사업 생산설비에 투자할 돈이고 운영자금은 자재 구매와 물품 대금 지급 등에 쓸 돈입니다.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이란 사업 확장이나 고도화를 위해 타사 인수합병 계획을 염두에 두고 '실탄'을 비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기타 항목에서 언급된 비용 중 연구비용은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이나 인력 투자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LS머트리얼즈의 상장은 대흥행 사례로 평가되지만 이후 석 달가량 주가 흐름이 고점에서 내리막을 탄 것은 여러 상장사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상장 1주일 후인 작년 12월 20일에 장중 5만1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이후 대체로 내림세를 나타냈고 3월 들어서는 고점의 절반 수준인 2만5000~2만6000원대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많이 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공모가의 4배인 첫날 상한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주가가 기존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다른 상장사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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