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유명한 중국 스마트폰기업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7’ 모델을 이달 말부터 판매한다. 특히 전기차에서만은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샤오미는 중국 내 치열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 속에서 성공할지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성비 대신 고급화···샤오미 첫 전기차 출시
샤오미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전국 29개 도시 59개 매장에서 전기차 주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량은 오는 28일부터 판매한다. 레이쥔 회장는 이날 웨이보에 “현재 자동차 업계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샤오미 자동차는 시장을 개척할 자신이 있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샤오미 자동차이고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샤오미 자동차의 '스마트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 샤오미는 SU7이 테슬라와 포르쉐 전기차보다 더 빠른 가속 속도를 낼 수 있는 슈퍼 전기 모터 기술을 탑재해 속력은 2.78초 만에 100㎞/h까지 낼 수 있고, 최대 주행 거리는 한 번 완충에 800㎞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기술력도 내세웠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지난해 말 샤오미 자동차 기술 발표회에서도 "SU7 타깃 고객은 '엘리트 계층'으로, SU7 모델에 탑재한 부품과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는 모두 40만 위안(약 7300만원)대 이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싼 가격도 합리적이라고 고객이 느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올 초에도 레이 회장은 웨이보에 "50만 위안(약 9100만원) 이내에서 과연 경쟁자가 있을까?"라며 전기차 가격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50만 위안은 샤오미가 벤치마킹한 테슬라, 포르쉐보다는 싸지만, 대중 브랜드 전기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성비' 콘셉트를 이어온 것과 달리 샤오미가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강조한 것은 이를 계기로 샤오미 브랜드 고급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게다가 샤오미로선 자동차 사업 초기 단계에서 ’규모의 경제’로 가격 인하 효과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28일 전기차 판매 소식에 12일 홍콩거래소에서 샤오미 주가는 11% 이상 껑충 뛰었다.
치열한 가격 경쟁···최소 7000만원 전기차 먹힐까
다만 샤오미가 앞서 예고한 대로 40만 위안이 넘는 전기차가 과연 소비자에게 먹힐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특히 고급화 전략을 채택한 샤오미가 그만큼 소비자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스마트 기술을 선보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각에선 샤오미가 전기차를 첫 발표한 이후 석달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가격을 공개 하지 않는 것도 최근 전기차 가격전쟁 속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너무 낮게 책정하면 고급화 전략이라는 초기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단기적으로 거액의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가격이 너무 높으면 앞서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가 실패한 전기차 샤오펑의 30만 위안대 SUV 모델 ‘G9’나, 폐업 수순을 밟는 프리미엄 전기차 하이파이 등의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현저히 둔화했다. 2021년에만 해도 157.8%에 달했던 판매 증가폭은 2022년 93.4%, 지난해 36.2%로 뚝 떨어졌다. 중국 창안자동차그룹 주화충 회장은 최근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판매량 상위 10개 자동차 회사 시장 점유율이 85%에 육박하고, 전기차 브랜드의 8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국내 공급 과잉에 따른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잠재적 안전 리스크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