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소재도, 첨단소재도 나란히 부진...석유화학업계 울고싶어라

2024-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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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업계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가 중국발(發) 악재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인 첨단소재 부문 생산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시황 불황과 예상치를 하회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이 생산량을 늘리는 기초소재 부문 증설을 중단하고, 첨단소재 공정에 투자했으나 저조한 가동률로 재무 부담만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반등 기미가 보이는 반도체 시황과 달리 조 단위 투자가 집행된 이차전지 소재는 전기차업계가 당분간 성장 둔화 늪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마저 나온다. 
 
◆ 對中 수출 부진에 생산량 급감한 기초소재, 공장 매각도 검토
 
13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량은 전년 대비 9.6% 감소한 947만t(톤)으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생산량 1000만t 선이 붕괴했다.

지난해 국내 NCC 공장 가동률도 74%로 전년 81,6% 대비 7.7%포인트 감소했다. 2021년 93.1%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9.1% 줄어든 수치다.
 
국내 석유화학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면서 수출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화학물질·화학제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액은 52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4% 줄었다. 이는 기계산업진흥회가 소부장 수출을 집계한 2014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해당 품목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53%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사업 부진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도 큰 폭 하락했다.
 
LG화학의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은 1170억원으로 전년 37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7% 하락한 3590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347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효성화학도 1888억원 적자를 냈다.
 
공급과잉과 고유가에 따른 시황 악화가 지속되자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여수 SM공장 가동을 이달 말 중단하는 방안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소재 대규 생산기지인 롯데케미칼 타이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수조 원 투자한 첨단소재 가동률 저하, 애물단지 될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소재 사업 상황도 좋지 않다. 수조 원에 이르는 투자계획을 내놨지만 공장 가동률은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의 전지소재 부문을 책임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3분기까지 평균 가동률은 79.7%로 2022년 평균 가동률인 89.5%와 비교해 9.8%포인트 하락했다. LG화학의 같은 기간 전지·첨단소재 부문 가동률은 50.9%로 2022년 평균인 58.7%와 비교해 7.8%포인트 줄었다. 2021년 81.8%와 비교하면 30% 넘게 하락한 수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3분기까지 필름·전자재료군 평균 가동률이 65.2%로 전년 평균 75.5%와 비교해 10.3%포인트 하락했다.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3분기까지 전자소재 가동률은 76.6%로 전년 평균 85.5%와 비교해 8.9%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관련 소재 생산이 크게 줄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가 시황 악화로 사실상 감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멈춰선 공정이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관련 소재는 올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차전지 소재는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관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이들 기업이 첨단소재 증설을 위해 투자한 수조 원대 금액이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양극재 공장 건설 등 신사업에 4조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3조4000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은 전지소재 부문에 2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사업 부진에 이어 조 단위 투자가 집행된 신사업 수익성까지 위협을 받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일부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아주경제DB
[그래픽=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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