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여파로 은행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부터 ELS 상품 만기가 돌아오면서 대규모 손실 사태가 현실화돼 앞으로 은행권 민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민원 건수는 총 34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28건)보다 49%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35→59건)과 하나은행(42→56건), 우리은행(39→75건)의 민원 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고금리 고착화에 따른 대출금리 영향과 함께 ELS 관련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은행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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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민원과 관련한 소송건도 지난해 4분기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민원분쟁 소(訴) 제기 신청건은 총 2188건이었는데 4분기에만 70%를 웃도는 1569건이 몰렸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홍콩 ELS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홍콩 ELS 관련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금융권에서는 올해 은행의 민원 건수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에만 홍콩 ELS와 관련해 금감원이 접수한 민원은 1711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한 해 동안 접수한 H지수 ELS 관련 민원 건수(1034건)를 한 달 만에 넘어선 것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상품이 많아질수록 민원도 동시다발로 발생할 전망이다. ELS 투자자들은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금감원 민원 제기 방법을 공유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어 1분기 민원 신청 건수가 수천 건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2021년 이후 12개 금융사가 판매한 홍콩 ELS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80%인 15조4000억원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손실 확정액은 은행권에서만 1조원을 넘어 추가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출 관련 민원이 소폭 증가했지만 증가분 중 대부분은 홍콩 ELS 관련으로 추정된다"며 "민원이 소송 제기로 이어진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