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새로운 농협' 닻 올린 강호동號…쌀값 회복·농협법 개정 '두 토끼' 잡기

2024-03-08 05:00
  • 글자크기 설정

17년만에 직선제 선거 통해 당선…율곡농협 5선 조합장 출신

상호금융 독립 본격화…미래전략실 신설·내부갈등 봉합 숙제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강호동 신임 회장의 임기가 7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각종 과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강호동 후보가 임시총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농협중앙회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강호동 신임 회장 임기가 7일부터 본격 시작됐다. 지난 1월 25일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강호동 후보가 임시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호(號) 농협중앙회가 7일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된 강호동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쌀값 지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 등 숙원 해결뿐 아니라 혼란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하는 책무도 지고 있다. 

강 신임 회장은 이날 오전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취임 후 첫 행보에 나섰다. 그는 방명록에 '농업, 농촌, 농업인과 농협을 위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으며 각오를 다졌다. 취임식과 비전 선포식은 오는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5선 조합장 출신인 강 회장은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해 40여 년 동안 농업과 농촌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2016~2020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고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등도 역임했다. 

2020년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도전장을 냈으나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치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와신상담한 강 회장은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다시 출사표를 냈고 지난 1월 25일 결선투표 끝에 당선증을 손에 쥐었다.

짧은 기쁨 후 강 회장이 마주하게 된 현안은 산더미 같다. 전임 이성희 회장은 농협 유통 개혁과 디지털 혁신 등에서 일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농민들 숙원인 농촌 소득 증대 측면에서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강 회장에게 안겨진 최우선 과제는 쌀값 회복이 될 전망이다. 통계청 산지쌀값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쌀값은 20㎏당 4만8417원에 그치고 있다. 쌀 한 가마니(80㎏) 기준 20만원을 넘지 못한다. 2021년에는 과잉생산으로 가마니당 가격이 16만원대로 폭락하자 정부가 90만t을 긴급 수매하기도 했다.

비중이 가장 큰 논벼 재배 농가의 주요 소득원인 쌀값이 주춤한 사이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농가가 한 해 동안 농업 경영 결과로 얻은 총수입은 2012년 2759만원에서 2022년 3460만원으로 10년 새 2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농업 경영에 투입된 총비용을 뜻하는 농업 경영비는 2012년 1846만원에서 2022년 2512만원으로 36.1% 급증했다. 소득 증가세가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농협은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양곡정책·식량원조 10만t 추진, 벼 매입 자금 재지원을 통한 산지 쌀값 지지, 쌀 정적생산·양곡창고 지원 계획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적정가격 판매를 지도하고 조곡중개센터를 중심으로 재고·판매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남 출신인 강 회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가미된다면 쌀값 회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강 회장은 농민 조합원 소득과 RPC(미곡종합처리장) 경영 안정을 위해 40㎏ 조곡 수매가격 7만원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벼 수매자금을 3조원 확보하고 지원 기간도 12개월 늘린다고 공약했다.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을 독립시키는 안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강 회장은 후보자 시절 상호금융의 상품 개발과 인력 운용 전문성 강화, 수익 창구 다변화 유도를 강조했다. 담보비율과 대출비율을 제1금융권 수준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농협법 개정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앙회장 재선 조항이 논란을 빚은 전임 회장 때 개정안과는 다르다. 상호금융 분리 등 조직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 내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과 경제지주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범농협 차원에서 유통 혁신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다. 

선거 과정 중 불거진 각종 갈등을 신속히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후보자 간, 지역 간 단합이 이뤄져야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임 회장 재임 시절 특정 파벌이 농협중앙회 내 요직을 차지했다는 내부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봉합·해결할지도 관심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