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르면 다음 주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이는 다음 달 1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법인 출범에 앞서 중동 주요국 왕실과 수장 등을 만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출장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합병으로 출범하는 회사는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된다.
40년 넘게 이어진 SK와 중동 간 협력은 그동안 SK그룹 성장의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979년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해 중동에서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민관 합작회사인 대한석유공사(유공) 민영화를 추진했고, 중동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이끄는 선경그룹(현 SK그룹)이 미국 걸프오일사가 보유한 유공 지분을 인수해 오늘날 SK이노베이션의 토대를 닦았다.
최 회장이 SK그룹을 물려받은 후에도 SK와 중동 간 끈끈한 관계는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 등 중동 최고 실세를 잇달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빈 살만 왕세자를, 올해 5월 무함마드 대통령을 각각 서울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동안 중동 국가가 석유를 제공하고 SK이노베이션이 이를 가공·수출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앞으로는 SK그룹이 AI 원천기술을 공급하고 중동 국가가 이를 토대로 AI 전환을 추진하는 모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회장도 이번 출장에서 중동 국가 수반들과 AI 투자에 관해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사우디, UAE 등은 '오일머니'를 토대로 AI 등 첨단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 중동에선 AI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설립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엔비디아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에는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D램이 탑재되어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과 저장장치(eSSD)도 함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또 SK그룹은 SK텔레콤·SK엔무브 주도로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관련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최 회장의 중동 출장에 어떤 SK 핵심 관계자가 동행할지도 업계 관심사다. 최 회장은 중동 출장 이후인 다음 달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SK AI 서밋' 행사에서 개회사를 통해 SK그룹의 AI 전환 관련 미래 비전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