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분위기와 집값 하락기를 기회 삼아 주택 매수에 나선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다주택자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거래량 회복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2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47로 전월(16.44) 대비, 전년 동월(16.32) 대비 각각 0.18포인트(p), 0.92p 증가했다.
다주택자 비율은 집값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던 2022년 1월 16.13까지 하락했다. 특히 2주택자 비율은 11.02까지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이후 집값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수는 지난해 8월 16.43에서 11월 기준 16.45까지 올랐다. 2주택자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1.22에서 11.24까지 증가했다. 집값이 오를수록 집값 상승을 예상한 다주택자가 매수에 나서면서 비율이 상승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회복되고 다주택자 비율까지 높아지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잠정치)를 보면 전국은 0.07% 올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실거래가격지수는 표본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가격을 비교해 변동폭을 지수화한 것으로 시장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으면서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 등 거시변수에 따라 집값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거래량 일부 지표 반등을 전체적인 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거래량이 늘긴 했지만 아직 평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데다, 금리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여전히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고 글로벌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격 반등이 일어나려면 지금보다 금리가 크게 인하되거나 거래량이 대폭 회복되는 등 더 뚜렷한 신호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