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 만에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대한 대대적인 해제를 추진하면서 지역 경제와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가 지역 내 전략적인 산업 육성을 통해 기업의 지방 투자를 늘려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도 잠재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발 이익을 우선해 난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남용 등 부작용에 대해 경계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22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에 대해 의견을 청취한 결과 대체적으로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13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토지 규제 개선 방안은 비수도권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산·울산·창원·대구·광주·대전 등 6개 지방 대도시 주변 그린벨트 2428㎢(여의도 면적 837배)가 규제 완화 대상이다. 비수도권에서 대대적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되는 것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는 반도체·방위산업·원전 등 국가전략사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첨단산업단지 등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할 때 여기에 필요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지자체가 해제 가능한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자체 주도 지역 개발과 투자 여건이 개선되는 것이다.
비수도권에 한해 국가전략산업,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할 때 보전 가치를 고려해 원칙적으로 해제가 허용되지 않는 환경평가 1·2등급지 그린벨트 해제도 전면 허용한다. 현재는 표고, 경사도, 식물상, 수질 등 6개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을 받아도 개발이 불가능한데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일부 지표에 대해 등급 기준을 완화하거나 철도역처럼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에는 기준을 조정해준다는 방침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그린벨트 해제 추진에 대해 “지방 소멸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지방 산업과 연계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일정 부분은 완화나 해지,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계획을 기반으로 필요한 부지들을 토지 효용 극대화를 위해 활용하려는 취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 내 첨단산업단지 개발 등 진척이 이뤄지면 신규 인구 유입과 주택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방 지가가 상승해 매매를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 가격이 오르게 되면서 토지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침체됐던 지방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작게나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대적인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계기로 해제가 남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그린벨트 해제 추진 발표 이후 “수도권도 그린벨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개발 못지않게 보존 가치 또한 지켜져야 하고 해당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 등과 가치 차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난개발과 투기를 비롯한 여러 부작용도 예상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종전 선례처럼 향후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 이익을 우선으로 무분별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는 식으로 엇나가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창무 교수는 “그린벨트 중에서도 어떤 땅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무분별하게 생태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절충화를 이번 기회에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그린벨트 해제가 2025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당장 지역 내 개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시행업계 관계자는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많아지는 것은 (개발업체로서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경기 침체 등으로 당장 업체들이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결국 입지나 수요에 따라 개발 양상이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