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은 진료 어려우세요. 예약도 안 돼요. 다른 병원 알아보세요.”
병원에서 들은 짧은 세 마디가 환자와 보호자의 가슴을 털썩 주저앉게 한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가 대거 병원을 이탈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찌감치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50%가량 축소하고 응급과 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역시 수술의 30~40%가량을 줄였다. 일부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심정지·급성 심근경색 등 일부 환자를 제외하곤 진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는 등 그야말로 ‘의료 대란’이 본격화한 것이다.
벌써부터 의료 현장에서는 2~3주밖에 못 버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 역시 초기에는 진료·수술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이 지역 종합병원이나 병원급에서도 진료할 수 있는 환자여서 분산 배치만 잘 이뤄지면 장기전도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우선 당장 진료나 치료가 필요한 위급 상황에 대비해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했다. 실제로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거절당한 환자가 군병원을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또 복지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키로 했다.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올해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던 광역 응급상황실 4곳을 조기에 가동한다. 아울러 지방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한다.
피해신고·지원센터를 통해서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불편 해소를 돕고 피해자 소송 등 법률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번 없이 129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엔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