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발표한 작년 자국 경제성장률이 5.2%다. 전망치(5% 내외)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특히 외부에서는 이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올해도 비슷한 5% 정도의 성장을 예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글로벌 예측기관은 기껏해야 4% 중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내수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숨은 뇌관인 경제 주체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연초부터 대출을 확 풀면서 빚내서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고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시한폭탄과 같다. 각종 경기지표가 계속 악화하고 있어 민심 달래기에 급급, 초조한 기색이 만연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력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 발발 직후인 2021년 당시 중국 경제가 상승세를 타면서 명목 GDP 기준 미국의 76.4%까지 치고 올라갔다. 코로나가 미·중 경제의 간격을 좁혀지면서 2028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놀랍게도 지난 2년 사이에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중국의 GDP가 12% 이상 하락, 64%가 되면서 전세가 일거에 역전되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기가 훨씬 뒤로 늦춰지거나, 이러한 추세가 연장되면 영원히 추월할 수 없다는 비관적 예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설상가상으로 인도가 급피치를 올리면서 중국 경제의 대항마로 부상,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궁지에 몰린 중국 기업의 행보다. 시진핑 3기 정부가 경제성장의 기치로 내건 ‘쌍순환(雙循環)’ 정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력으로 중국 정부가 성장의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구상이 맞아떨어지려면 우선 내수가 촉발되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 결국 출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부동산 버블과 소비 침체로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산업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딜레마가 설비와 과잉과 이에 따른 공급 과잉이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구조 조정을 유도하게 되고, 한계에 다다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해외에서 수요를 찾아야 한다.
‘공동부유’·‘쌍순환’ 뒷전, 대응책 보이지 않는 한국 수출·내수
실제로 이런 일들이 목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 자동차의 해외 시장 파상공세다. 연산 3,000만 대로 세계 1위 생산 대국에다 작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수출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전기차를 앞세워 일본보다 100만 대나 많은 526만 대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역대 최대 수출을 했다는 한국(270만 대)보다 무려 2배 수준에 달한다. 조선도 이와 유사하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한국과 일본이 고부가가치 기술력으로 간간이 삼분하여 버텼지만, 힘에 부친다. 127년 된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이 조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조선뿐만 아니라 가전·스마트폰·로봇청소기 등 내구재와 원전에 이르기까지 단순 가격이 아닌 프리미엄으로 세계 시장을 짓밟는다. 일본 기업에 닥친 고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의 침투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중국과 협업을 서두른다. 생존을 위해서는 적과 동침도 불사하는 배수의 진을 친다. 심지어 중국 내수 시장 한계에 부딪힌 ‘C-커머스’라고 불라는 중국의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이 소위 ‘쩐(錢)해전술’로 미국 시장을 비롯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어 긴장감이 팽팽하다. 돈이라는 막강한 화력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초토화해 나가겠다는 저의가 엿보인다. 관련 인프라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어 중국 상품에 이어 유통망까지 내줄 수도 있다는 공포감으로 국내 유통업계가 살얼음판이다.
살려는 방편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공격 대열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우리 기업의 대응이 부실하기 그지없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하다. 단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력 수출시장에서 중국산의 파격적인 침투에서 시장을 하나하나씩 내어주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내수 시장마저 중국 상권에 유린당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중이다. 올해 들어 1월 수출이 반짝 증가하였지만, 2월 들어 주춤하면서 심상치 않다. 수출시장과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동시에 전환기적 사고로 수출을 늘려나갈 수 있는 전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때야말로 민·관이 원팀이 되어 지혜를 짜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