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42억명 손에 달린 지구촌 '민주주의 운명'

2024-02-14 09:33
  • 글자크기 설정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2024년은 세계적인 슈퍼 선거의 해이다. 전 세계 76개국에서 인구 51%, 약 42억명이 투표소에 가서 유권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유럽의회, 인도를 포함해 대한민국도 총선을 치른다. 역사적으로 2024년만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일부 국가들 선거 날짜를 보면 먼저 2월 인도네시아에서 새 대통령·국회의원을 선출하고 3월 러시아인들은 투표소에 가지만 이미 대통령은 정해져 있다. 우리 총선이 4월 10일, 5월 인도에서 선거가 열린다. 6월에는 유럽연합(EU) 의회 투표가 치러지고, 또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포르투갈 등 수많은 EU 국가들에서 의회·총리 선출 선거가 열린다. 11월 5일 미국에서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가 열린다.
슈퍼 선거의 해에 선거 위험에 대해 경고음도 들린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향후 세계가 직면할 위험 요인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4년 WEF는 가장 큰 단기 리스크로 세계 인구 절반이 넘는 42억명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터라 ‘가짜·허위 정보’가 난무할 것으로 전망하고, AI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를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정치사회적 대립’도 더 극단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에 열리는 국가들의 선거가 다 같은 선거가 아니다. 영국의 고급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정부 유형을 크게 4가지, 즉 민주주의 등급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하이브리드 정권, 권위주의 정권 등으로 구분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투표하고 공직에 선출될 수 있을 때 완전한 민주주의로 간주한다. 또 제 정치세력 간 자유로운 경쟁 보장과 더불어 집권세력이 선거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언론의 자유와 같은 시민권이 보장되는 나라다. EIU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중 14%가 이 범주에 속하며 세계 인구 8%만이 이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 올해 투표하는 인구의 9%만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거주한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히틀러에 맞서 영국을 구한 윈스턴 처칠 총리는 “민주주의는 최악의 통치”라면서도 “그래도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모든 다른 정치 시스템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EIU는 또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구분을 5가지 범주에 근거한다. 최고권력자 임기 제한, 견제와 균형, 연방주의와 보완성, 정당 간 자유 경쟁, 의견의 다양성 등이다. 먼저 임기 제한의 경우 러시아 푸틴처럼 임기를 무시하고 권력을 잡는 경우 독재로 이어진다. 정부수반 임기를 한두 번으로 제한하는 것은 장기집권으로 인해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독재로 견제와 균형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신군부 장기집권을 종식시켰다. 둘째,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다. 스위스가 모범 국가이다. 제도적으로 균형 잡힌 권력 분할은 과도한 권력 집중과 민주주의의 훼손에 대한 최고 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미국 트럼프가 보여주듯이 이것조차도 절대적인 보증을 하지 못한다. 셋째, 연방주의와 보완성이다. 한 국가가 덜 중앙집권화될수록, 가능한 한 가장 낮은 풀뿌리 수준에서 민주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수록 독재자가 정치 과정에 개입하고 통제할 기회가 없어진다. 스위스, 독일 등 선진 민주국가들은 연방국가로서 보완성을 철저하게 실천한다. 함께 잘살아가는 국정 원칙이다. 넷째, 다당제로 정당 간의 자유 경쟁이다. 여당 혹은 다수 의석 야당에 반대하는 정당들 형성과 그들 선거조직이 제도적으로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온전한 연동형비례제’로 7개 정당이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유권자에게 선택 폭을 넓혀 주고 의회에 입성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의견의 다양성 보장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의견의 자유로운 경쟁과 더불어 언론의 다양성 보장은 대중이 보다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기준에 비추어 3가지 측면에서 극단적 정치 대립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험 수위로 가고 있다. 먼저 연방국가와 보완성이 아닌 서울공화국과 승자독식이며, 독일 같은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준영동형이라는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만들고, 극단적인 유튜브의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정치 양극화로 미국 트럼프 때처럼 우리도 다시 ‘결함이 있는 민주국가’로 떨어질 수 있다.
올해 선거를 치를는 인구의 대다수(57%)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EIU는 2006년부터 지수들을 만들어 각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평가해 점수를 매겨왔다. EIU는 트럼프 집권 이후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2017년부터 미국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 그룹에 포함시켰다. 반면에 폴란드, 불가리아, 몽골 등은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이동했다. 2024년에 투표할 소위 ‘하이브리드 정권’은 인구의 6억9000만명 또는 15%가 선거에 부름을 받고 있다. 이 그룹에 멕시코와 파키스탄이 포함된다. 강경한 권위주의 국가들은 세계 전체 중 19%의 유권자로 러시아의 동맹 벨라루스, 이란 등이 포함된다.
스위스의 고급지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은 2024년 선거의 최고 관심사는 미국 트럼프 당락과 러시아 푸틴의 미래를 꼽는다. 먼저 트럼프에게 재선되면 보복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할 것인지 물었을 때 그는 “아니, 첫날 외에는”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또 독립적인 사법 제도를 포함한 민주적 제도를 즉시 ‘청소’해 충성스러운 동조자들로 채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아가 그가 싫어하는 민주적 반대자들과 언론인들을 처벌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EU에 관세를 높이고 푸틴에게 나토(NATO) 공격을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아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대한민국에는 방위분담금을 높이고, 북한의 김정은과 다시 브로맨스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질서는 혼돈과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대한 대비로 유럽의 프랑스는 유럽 자체 군비 확장을, 독일은 미국 의회에 대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5선 연임이 확실한 러시아 푸틴은 하이브리드 정권에서 절대적인 권위주의적인 정권으로 변질되었다. 히틀러 나치가 민주적으로 정권을 잡아 전체국가로 변질된 것과 유사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정치경찰 KGB 출신답게 정적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정적인 야당 대표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상호 무기 제공과 기술 지원 등 전체주의 국가인 북·러 관계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대한민국 역시 2024년이 선거의 해다. 4월 10일 총선을 현상학적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와 미래 측면에서 ‘터닝 포인트’로 구분해 전망할 수 있다. 먼저 관전 포인트는 어느 정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고, 신당이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미래 레임덕 향방과 정국 안정,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 개혁신당의 안정적인 의석 확보에 따른 다당제 정착 등이 결정된다. 승리한 대표 주자가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올라선다.
이어 ‘우리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허약해질 것인가, 새로운 정치개혁 기회를 맞을 것인가’라는 터닝 포인트이다. 총선을 통해 국정 및 정치지형의 개혁을 상상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정국이 안정될 수 있지만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망국으로 가는 정치내전을 끝장낼 수 있는 기회로서 연정과 더불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 시동을 걸 수 있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인 대통합 정치를 펼 수 있다.
또한 여러 정치세력의 통합인 개혁신당의 출현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 삼국지의 ‘삼분계’를 떠올릴 수 있다. 적대적 생존의 거대 양당 구조에서 삼분계로 재편된다면 승리를 위해 정치 전략·전술이 급변할 수밖에 없다. 삼국지가 주는 교훈은 전쟁 시기에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민생을 챙기고, 뛰어난 전략·전술을 쓰는가에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리더들이 등판하고, 새 국가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쪽에 국민들이 손을 들어줄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여론조사나 평론가 예측보다 항상 국민 선택이 현명했다.



김택환 필진 소개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4차산업혁명 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 포함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정치학·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에서 30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