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투자증권은 '캐피털, 압박감도 갈수록 세진다'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PF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캐피털사의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부동산 PF에 대해 건전성 분류 모범 규준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본PF로 전환이 되지 않은 브리지론 예상손실에 대해 충당금을 100%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본PF로 전환이 됐다고 해도 공사 지연이 이어지거나 분양률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선 충당금 적립을 더욱 강화하도록 했다. 이때 캐피털 업종의 요주의여신이 증가한 데 이어, 브리지론 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실적이 예상보다 더욱 큰 수준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후순위채권 비중이 높은 A등급의 캐피털사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일반적으로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유한 캐피털사가 PF 비중이 높은 탓이다. A등급 캐피털사는 AA등급 캐피털사보다 중·후순위 채권 비중이 높고, 부동산 PF 등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로 돼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에서 분석한 자료에서도 캐피털사의 자기자본대비 PF대출과 브리지론 비중은 각각 150%와 83%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업체의 경우 브리지론 비중은 120%를 상회했다.
더욱이 지난 2022년까지 A급 이하 캐피털사는 자산성장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부동산금융 자산 취급을 확대해왔는데, 높은 조달금리와 짧은 회사채 만기를 고려해 본PF보다는 브리지론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했다. 또 올해 만기가 찾아오는 본PF대출의 50% 이상이 물류센터 등 상업시설임에 따라 회수가능성이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다.
은행계 캐피털사에도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은행계 캐피털사는 주주의 지원 능력이 인정되지만,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100%를 넘어서는 회사가 적지 않다. 만약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저하되는 캐피털사의 경우 증자 등의 완충력 보강이 수반되지 않으면 신용등급 하락 압력도 있을 수 있다. 또 이 중 일부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실적까지는 대부분의 캐피털사가 표면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등급 이슈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면서 "금융업종의 등급 변경은 통상적으로 잠재적 부실화 가능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수익성·자본적정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수치로 확인한 뒤 단행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