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에서 홍역 환자가 45배 폭증하는 등 전 세계가 ‘홍역 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부산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40대가 홍역에 감염된 사례가 나오면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9일 보건 당국은 “유럽을 중심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홍역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해외 여행객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도 발병이 늘고 있다. 최근 2달간 해외에서 유입된 국내 홍역 환자는 모두 9명에 달했다.
홍역은 2021년과 2022년에는 환자가 1명도 없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홍역의 전 세계 유행과 외국과의 교류 증가 등으로 인한 해외 유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유행 동안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접종을 연기한 영유아가 많은 동남아·중동·아프리카·유럽 등을 중심으로 홍역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열성 발진성 감염병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발열, 전신 발진, 구강 내 병변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등이 나타나다가 고열과 함께 얼굴을 시작해 전신에 발진이 나타난다. 대부분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영양 공급으로 자연 회복한다. 다만 드물게 호흡기나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이 2차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2∼18이나 된다. 수두 바이러스(5~7), 코로나19 바이러스(1 내외)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이상 높다.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90% 이상 감염된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2000∼2001년 대유행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예방접종 실시 후 급감했다.
예방접종 백신에는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이 쓰인다. 국내에는 MSD의 'MMR2', GSK의 '프리오릭스' 등이 시판 중이다.
MMR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생후 12~15개월, 만 4~6세에는 1회씩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1회 접종 시 93%, 2회 접종 시 97% 예방효과를 갖고 있다. 성인은 유료로 접종할 수 있다.
1967년 이후 출생 성인 중 홍역에 걸리지 않거나,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면 건강하더라도 최소 1회 MMR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특히 홍역이 유행하는 해외 여행지를 방문하는데 스스로 백신 유무를 모른다면 최소 28일 간격을 두고 2회 백신을 접종하는 게 권장된다. 영·유아 시기에 MMR 백신을 2회 접종했다면 추가접종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질병청은 의료계에 환자 진료 시 문진을 통해 해외여행 여부를 확인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환자가 발진이나 발열이 있을 경우 홍역을 의심해 진단검사를 실시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의심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한 후에는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달라고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