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日 규슈 작은 도시 '사가' 고즈넉한 노천탕서 '가이세키' 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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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뷰 절경의 객실서 즐기는 노천탕

지역 명물 '사가규'와 제철 요리 코스

150년 전통의 양조장서 '칠전' 시음

고급 딸기 8종 맘껏 따 먹는 호사에

3000살 녹나무 바라보며 기운 충만

후루유 온천마을 온크리 호텔의 노천탕에 아침 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후루유 온천마을 온크리 호텔의 노천탕에 아침 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그 지역의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누군가는 휴식과 재충전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에서 프리미엄 미식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일본 규슈의 작은 도시 ‘사가’는 미식과 역사, 전통,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깨끗한 물로 만든 전통주와 차를 즐기고, 아리아케해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가이세키(일본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온천과 바다, 신사, 숲까지 각종 볼거리가 가득한 도시 ‘사가’에 다녀왔다.
 
온크리 호텔의 일본식 다다미방 저녁이 되면 이불을 펴준다 사진김다이 기자
온크리 호텔의 일본식 다다미방. 저녁이 되면 이불을 펴준다. [사진=김다이 기자]
◆일본식 료칸에서의 휴식…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가이세키 요리
 
사가역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한적한 산골에 후루유 온천마을이 있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고즈넉한 료칸 ‘온크리’로 향하는 길은 푸른 숲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풀 내음이 가득할 것 같은 산속을 지나 아기자기한 집들이 스쳐 간다. 차창 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온크리 호텔의 가이세키 요리 각종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정갈하게 담겨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온크리 호텔의 가이세키 요리. 각종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정갈하게 담겨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후루유 온천마을에 자리한 ‘온크리’는 온천 리조트 형식으로 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객실은 서양식과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나뉘어 있다. 저녁은 고급 가이세키 요리다. 작은 스키야키 냄비와 미니 솥밥, 각종 회와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있다. 이곳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과 야채로 만들어 음식 하나하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구현해 낸 음식들을 하나씩 음미하면 그 싱싱함에 반하게 된다. 사가 전통 사케까지 한잔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사가 완성된다.

저녁 식사를 다녀오니 방에 폭신한 이불이 깔려있다. 눕기 전 가지런히 놓여있는 잠옷을 챙겨 온천으로 향한다. 후루유 온천은 체온과 비슷한 38도의 뜨겁지 않은 저온 탕으로 오랫동안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치유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하늘의 별을 보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니 온몸의 피로가 싹 달아난다. 1인 습식 사우나에서는 뜨끈한 증기가 온몸을 감싼다. 밖으로 나오니 편백나무 향이 온몸에 가득 배어있다.
 
우라리 다케오의 객실은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우라리 다케오
우라리 다케오의 객실은 모던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우라리 다케오]
우라리의 가이세키 요리는 눈과 입이 즐거운 코스요리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라리의 가이세키 요리는 눈과 입이 즐거운 코스요리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라리 다케오 가든테라스 스파 리조트는 낮은 조도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해 문을 연 신생 리조트답게 고즈넉하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잘 묻어난다. 리조트에 건식 사우나와 스파, 수영장까지 마련됐다. 객실 커튼을 걷어내면 창밖으로 넓고 고즈넉한 호수가 눈에 담긴다. 노을 지는 저녁이나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는 붉은 호수 뷰가 절경이다.

우라리의 저녁 가이세키 요리는 사가규(소고기)를 활용한 샤브샤브와 제철 음식이 코스로 제공된다. 객실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식기에 아름답게 담긴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작은 솥에 불을 피워 주는데, 15분 만에 갓 지은 솥밥이 완성된다. 머랭을 얹은 생선구이는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별미 중 하나다.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과 단팥죽, 라즈베리까지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겼다. 우라리 다케오 호텔은 미식과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호텔 로비의 바에서는 위스키와 와인, 사케, 다양한 맥주 등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조식부터 석식, 가벼운 술까지 오감을 풍족하게 채워준다.
 
가니고텐의 객실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프라이빗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가니고텐의 객실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프라이빗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가니고텐의 가이세키 요리에는 1인당 게를 한 마리씩 제공한다 살이 꽉찬 게는 달달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사진김다이 기자
가니고텐의 가이세키 요리에는 1인당 게를 한 마리씩 제공한다. 살이 꽉찬 게는 달달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사진=김다이 기자]

사가현 남부의 바닷가 마을 다라에는 고급 게 요리와 숙소 내 노천탕까지 즐길 수 있는 ‘가니고텐’이 있다. 객실에서 바다가 보이는 가니고텐에서 노천탕에 누워 일몰과 일출을 맞았다. 객실에 있는 노천탕은 혼자 이용하기에도 넉넉한 규모다. 따뜻한 온천수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객실 밖에 있는 노천탕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어서 더욱 편안하고 아늑했다.
 
특히 가니고텐에서는 고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와 원하는 패턴의 유카타를 직접 골라 입을 수 있다. 각자 개성에 맞는 유카타를 입고 숙소를 돌아다녀 본다. 숙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미술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객실이 있는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별관에는 대중탕과 노천탕, 건식 사우나까지 구비돼 있다. 옥상 노천탕에서 바다를 보면서 즐기는 온천은 바다내음과 온천수의 부드러움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다.
 
덴잔주조에 들어가는 순간 멋진 분위기에 빠져든다 사진김다이 기자
덴잔주조에 들어가는 조명 아래 진열된 도자기들의 분위기에 빠져든다. [사진=김다이 기자]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150년 역사 양조장 ‘덴잔주조’
 
반딧불이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마을의 깨끗한 물로 빚어낸 술과 직접 내린 차는 사가의 명물이다.
 
사가의 명산 덴잔(천산) 아래에는 150년의 역사를 가진 양조장 ‘덴잔주조’가 자리한다. 덴잔주조 인근 오기 지역 강에는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칼슘과 미네랄, 마그네슘이 풍부한 이 지역 강물로 빚은 술맛은 일품이다.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술 배달용 도자기들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덴잔의 글자가 새겨진 도자기의 분위기에 매료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술을 숙성시키던 거대한 삼나무 통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금속탱크를 사용하지만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이 삼나무 통은 1980년대까지 실제 술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양조장에서는 산의 이름을 활용한 ‘덴잔’과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칠전’,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WC)에서 수상한 제품들까지 시음할 수 있다. 은은한 단맛과 과일 향이 풍부한 제품은 방문객들의 지갑을 절로 열게 한다. 시중에서 보기 힘든 덴잔의 여러 종류 술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마 바에서는 사케 샘플러로 5가지 사케를 비교하면서 마실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하마 바에서는 사케 샘플러로 5가지 사케를 비교하면서 마실 수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양조장에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시마 히젠하마역과 연결된 곳에 있는 작은 사케 전문 바 ‘하마 바’를 찾았다. 가시마 지역의 사케를 한곳에 모아놓은 이곳에서는 고급 사케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시음 세트가 있다. 5가지 나베시마 사케를 한잔씩 마시다 보면 각기 다른 향과 부드러움에 취한다. 오는 3월 23일과 24일에는 가시마 지역의 양조장을 돌아볼 수 있는 ‘가시마 양조장 투어’가 열린다. 일 년에 한 번 진행되는 투어에서는 새롭게 출시하는 술을 만날 수 있다.
 
우레시노 티투어리즘에서 차컨시어지가 차를 내려주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레시노 티 투어리즘에서 컨시어지가 차를 내려주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우레시노 산속에서 차밭을 내려다보며 다도 체험을 하고 싶다면 ‘우레시노 티 투어리즘’을 추천한다. 차는 어떤 잎을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물의 온도에 따라 쓴맛과 떫은맛이 좌우된다. 우레시노 티 투어리즘은 차 컨시어지가 정성스럽게 우려내 최적의 온도로 내린 차를 맛볼 수 있다. 녹차밭의 한적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차로 만든 차 3종과 술 지게미로 만든 디저트를 음미하다 보면 마음까지 평온해진다.
 
요부코 활어징어회는 쫄깃하고 씹을 수록 단맛을 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요부코 활 오징어회는 갓 잡아 올려 신선하고 투명하다. [사진=김다이 기자]

사가의 미식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투명한 활오징어는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다. 갓 잡아 올린 요부코 활 오징어회는 입에 넣는 순간 탱글하고 쫄깃한 식감과 단맛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신선한 오징어는 투명하다. 살아있는 투명한 오징어를 그대로 본떠 회와 튀김, 오징어슈마이, 디저트까지 코스로 즐길 수 있다. 튀긴 오징어 다리는 특제 조미 가루에 찍어 먹는데 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사가 남부 시로이시에는 딸기를 원하는 대로 따서 맛볼 수 있는 ‘키시카와 농원’이 있다. ‘이치고노에키(딸기 역)’로 불리는 농원에서 8종의 고급 딸기를 원 없이 즐겨본다. 잘 익은 딸기를 한입 베어 물면 사과향이 나기도 하고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진다. 1박스에 1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품종 ‘아와유키’도 원하는 만큼 맛볼 수 있다. 1~5월 한정으로 이뤄지며 새빨간 딸기부터 검은 딸기, 하얀 딸기까지 품종도 다양하다.
 
3000년간 한 자리를 지킨 녹나무가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3000년간 한자리를 지킨 녹나무가 영험한 기운을 뿜어낸다. [사진=김다이 기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
 
사가현 가라쓰시에 있는 ‘나고야성 박물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며,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설립했다.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는 나고야성은 16세기 말 도요토미가 조선을 침략할 때 거점으로 세운 곳이다. 나고야성 박물관은 일본과 한국의 교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모든 작품에 한국어 해설을 제공한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제주 돌하르방과 정승에서 한국을 향한 환대가 강하게 느껴진다. 구석기시대와 야요이시대의 조선 역사와 관련된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전시회장 내부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된 병장기 등 유물과 함께 거북선의 모형과 조선 수군의 병장기들도 전시돼 있다. 또 당시 도요토미가 천황이나 외교 사찰단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만든 ‘황금다실’을 그대로 복원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나무에 금박을 석 장 발라 만든 황금다실을 통해 당시 풍족하고 화려했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의 전투함인 거북선과 일본의 전투함인 안택선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왼쪽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치를 위해 사용했던 황금다실을 그대로 복원한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조선의 전투함인 거북선과 일본의 전투함인 안택선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왼쪽).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치를 위해 사용했던 황금다실을 그대로 복원한 모습. [사진=김다이 기자]

박물관을 나와 해안에 넓게 펼쳐진 숲 니지노마쓰바라가 보이는 전망대로 향한다. 가는 길목에는 바람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모를 음향이 울려 퍼진다. 바다의 신이 산을 감싸주는 듯하다. 일본 3대 송림인 이곳은 한국어로 ‘무지개 송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된 방풍림으로 조성된 이곳은 바다를 끼고 있는 숲의 신기한 풍광이 보인다.
 
3000년의 세월을 이겨낸 녹나무가 있는 ‘다케오 신사’에도 들러 영험한 기운을 느껴본다. 작은 신사를 지나 산속 산책로를 3분 남짓 걸었을까. 높이 27m, 뿌리둘레 26m의 거대한 녹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의 기운을 담은 녹나무는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줄 것 같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녹나무를 바라보며 좋은 기운을 받아 간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다케오 시립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녹나무의 여운을 이어가며 다케오 시립도서관으로 향한다. 2013년 4월 문을 연 사가현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신세계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이 벤치마킹한 곳으로 유명하다. 조용한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자 벽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케오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커피와 책을 즐기고 공부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정해진 구역 외에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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