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LS 은행 책임" 방향 잡자 은행들 "안팔겠다"···증권사는 '난감'

2024-01-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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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銀도 ELS 판매 중단···우리銀 뺀 주요 시중은행서 판매 중단

尹 정부, 'ELS 사태' 판매사 문제 가닥···당국 수장도 작심 발언 쏟아내

금투상품 만드는 증권사 '안절부절'···"ELS 시장 전반의 침체 가능성"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확대되자 은행권에서 ELS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예·적금을 제외한 원금 비보장형 상품까지도 모두 판매 중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동안 투자 손실에 따른 책임을 두고 자기책임 원칙과 형평성이 함께 고려됐다. 하지만 정부가 다가올 총선을 고려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방향을 잡으면서 은행권에서 미묘한 행동 변화가 감지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날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5일부터 ELS를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ELS 판매 중단 행보에 동참하면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ELS 상품을 취급하는 곳은 우리은행만 남았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ELS를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전날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 역시 당장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ELS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이후 은행 내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전면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이때 ELS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공모 상품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판매 중단 조치에서 빠졌다.

하지만 공모 상품에서도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자 향후 은행 창구에서 신탁과 같이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 전부가 판매 금지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은행의 ELS 상품을 산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판매 상품의 안정성을 고려해 상품군을 추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나빠진다면 원금 비보장형 상품 판매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은 ELS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판적인 시선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은행권에선 ELS 불완전판매 의혹 제기에 대해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은행들은 ESL 상품 판매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한 것은 물론 판매 과정을 녹음하고 감사팀의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ELS 사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도 피해자들을 위한 발 빠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특히 이번 ELS 사태의 책임이 판매사에 있다고 보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령층 피해자가 30%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다가오는 총선 전에 표심을 관리하기 위해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금융당국 수장들도 "금융투자상품은 모두 위험하다" "판매한 은행 직원도 상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팔았다"고 지적하는 등 은행권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자 ELS 상품을 만드는 증권업계는 ELS 시장 규모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은행 중심인 판매채널을 재편해야 하는 만큼 비용 상승도 우려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는 은행을 통해 양적 성장을 이뤘으며, 코로나19 충격 직전에는 한때 8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30조원대로 급감했고 은행권을 통한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면 발행사인 증권사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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