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업추비 부실-③] 천안시장, 국회·시의원 접대 자리서 부하 직원과 '쪼개기 결제' 의혹

2024-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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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식사면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확인할 방법 '전무'…"관행 이어져"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정을 보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등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쪼개기 결제' '인원 조작' 등 편법·부정 사용이 공공연하고 모니터링이나 감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아주경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박상돈 천안시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부하 직원과 ‘쪼개기 결제’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적잖게 발견됐다.

이들 대부분은 국회의원, 시의원과의 간담회 자리였던 것으로 공개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제기된다. 

29일 아주경제가 천안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 시장과 천안시청 소속 예산법무과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비교한 결과, 민선 8기 취임 시점인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같은 날, 동일한 식당에서 결제된 내역 총 7건을 발견했다. 

시장과 예산법무과 소속 직원이 한날, 같은 장소에서 결제했다는 업무추진비의 집행 시간도 동일하거나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예산법무과의 업무추진비 공개 자료와 달리 시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엔 결제 시간마저 누락돼 있어 천안시청을 통해 따로 확인한 결과다.  
 
 
그중 5건은 집행 목적까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 업무추진비 공개 자료<표 참조>에 따르면 박 시장은 2022년 9월 13일 OO복집에서 ‘시정 현안사업 논의 및 국비 확보를 위한 지역 국회의원 간담’ 목적으로 46만원을 결제했다. 

또 이날 1시간여 뒤 예산법무과장은 동일한 장소에서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에 따른 만찬’ 목적으로 45만5000원을 지불했다.

7일 뒤 박 시장은 OO복집에서 ‘시책사업 추진 등 시정발전 논의를 위한 시의회 의원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40만원을 지출한 데 이어, (박 시장이 결제한 3분 뒤) 예산법무과장은 동일 장소에서 ‘시의회 업무협의를 위한 만찬 간담회’ 목적으로 42만3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2022년 11월과 지난해 2월에 시장과 예산법무과장은 10분~1시간가량 차이를 두고 복집, 한식집, 참치집 등에서 ‘시의회 의원과의 간담’, ‘시의회 업무협의를 위한 만찬 간담회’ 등의 이유로 각각 45~49만원가량을 지불했다.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쪼개기 결제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추진비로 50만원 이상 지출한 간담회 등 식사는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라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증빙을 피하기 위해 식사 금액을 나눠 결제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러나 식사 금액이 50만원 밑인 업무추진비 사용은 부적절하다고 의심되더라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 한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나눠 계산했겠다고 추정할 뿐 현행 규정은 그 금액(50만원) 이하로 사용한 건에 대해선 파헤쳐 보자고 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쪼개기 결제가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시장과 예산법무과 소속 직원의 쪼개기 결제가 의심되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보면 ‘국회의원·시의원과 간담’이 주된 목적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과 예산법무과 소속 직원이 결제한 금액을 각각 합해보면 식사 한 끼 금액이 100만원에 달하는데, 만약 한 자리에서 같은 대상과 식사한 금액을 의도적으로 나눠 결제했다면 김영란법상 공직자 등의 1인당 접대비 한도인 3만원을 넘어설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연하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김영란법 위반과 함께 50만원 이상일 때 명단 제출 등과 관련된 규정을 지키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쪼개기 결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고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천안시청에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총인원에 대해 질의한 결과 “과거라 확인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고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쪼개기 결제 가능성과 관련해선 “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박 시장과 예산법무과 소속 직원이 같은 날 식사한 나머지 2건의 경우 시간은 0~5분 차이였으며 각각 41~49만원을 식사비로 냈다. 다만 집행 목적은 ‘직원 간담’과 ‘국회의원 간담’ 등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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