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강원도 횡성군수가 2022년 7월 취임 후 지난달까지 한우식당에서 식사비로 지출한 업무추진비가 무려 8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상 접대 허용 한도인 인당 식사비 3만 원을 맞추기 위해 서류상 인원을 임의로 변경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적잖게 드러났다.
24일 아주경제가 김 군수 취임 시점인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업무추진비 집행 명세를 분석해 보니 해당 기간 지출액 2억2732만원 중 38%에 해당하는 8637만원을 한우식당에서 식사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년만 한정해도 김 군수는 한우식당에서 작년 업무추진비 지출액 1억4716만원 중 36.8%인 총 5408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군수는 주로 업무 관련 간담회, 외부 인사 방문 시 접대, 직원 격려 회식 목적으로 한우식당에서 식사비를 지출했다.
김 군수는 취임 후 한우식당을 총 145차례 방문했고, 회당 평균 지출액은 59만5694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사용 시 건당 50만원 이하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평균 지출액이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한우가 아무리 횡성군 대표 특산품이라 하더라도 국민 세금이 원천인 업무추진비로 회당 50만원 이상을 식사비로 지출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48만원 식사비 지출, 공식처럼 인원은 16명···접대비 3만원 한도 피해 인원 조작 의혹
김 군수가 취임 후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인당 식사비가 3만원으로 떨어진 내역은 총 79건이었으며 이 중 60건은 한우식당에서 지출됐다.
예를 들어 김 군수는 해당 기간 식사비 건당 업무추진비 기본한도인 50만원에 살짝 못 미친 48만원을 지출한 경우가 총 51건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40건의 인원수가 16명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밖에 김 군수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는 식사비로 건당 39만원 지출 시 13명, 66만원 지출 시 22명, 87만원 지출 시 29명, 108만원 지출 시 36명 등 인당 식사비를 3만원으로 맞춘 것으로 보이는 다른 사례 역시 다수 발견됐다.
일례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022년 9월 28일 ‘민선 8기 비전공유 초도순방’ 목적으로 횡성군을 방문했을 때 김 군수는 한우식당에서 276만원을 지출했는데 당시 서류상 대상 인원은 92명으로 인당 식사비는 정확히 3만원이었다. 276만원은 김 군수가 취임 후 지출한 건당 식사비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일부 식당, 한우구이 1인분 최소 4만원대···“인당 3만원 식사 비현실적”
한우구이 1인분 가격대를 감안할 때 한우식당에서 김영란법을 준수해 인당 3만원 이하로 식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아 보였다.
횡성군수 비서실은 식사비 인원을 임의로 조작했다는 정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면서도 인원 조작이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우식당에서 50만원 이상 지출했고 인당 식사비가 3만원인 일부 내역의 참석자 명단을 성명을 가린 채 확인해줬다. 해당 자료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에 명시된 인원수만큼의 참석자 명단이 작성돼 있었다.
그러나 횡성군이 제시한 자료는 의혹 대상 중 극히 일부일 뿐 아니라 참석자 이름 역시 가려져 해당 명단에 기재된 인원 모두가 실제 식사 자리에 동석했는지 여부를 소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