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기차 차주들은 비상이 걸렸다. 통상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덩달아 떨어져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3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 대비 저온(영하 7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143km까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온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온도가 10도씩 내려갈 때마다 배터리 성능이 통상 10% 가까이 떨어진다고 본다. 스마트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워지면 더 빨리 닳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우디의 Q4 e-트론의 경우 주행 거리가 상온에서 411km를 기록했지만 저온에서는 268km로 143km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스타의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 모터는 상온에서 주행 가능한 거리가 449km지만 저온에서는 332km에 불과하다. BMW iX3 M 스포츠는 상온 356.9km, 저온 255.1km이며, 폭스바겐의 ID.4도 상온 405km에서 저온 288km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겨울철을 대비해 전기차 구매 시 저온 주행 성능을 꼼꼼하게 살피라고 조언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인증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운전자 안전과 직결된 이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상·저온의 주행 가능 거리 격차가 작은 차량을 선택하면 이러한 불안에서 해소될 수 있다. 예컨대 롤스로이스 스펙터의 경우 상온 주행거리(386㎞)와 저온 주행거리(380km)의 차이가 80km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올해부터 신형 전기차에 대해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5%포인트 상향된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기준을 맞춰야 한다.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는 전기차의 히터를 최대 온도, 최대 풍량으로 설정했을 때 주행거리가 상온 대비 얼마인지 측정한 값이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전기차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전기차 구매 전 저온 주행 성능을 꼼꼼하게 살피고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미리 대비한다면 불편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