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80일 남은 가운데 기존 거대 양당을 대체할 대안세력으로 자처하는 '제3지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개혁신당이 먼저 공식 출범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김종민·이원욱 무소속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 등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이들 간 합종연횡에 정치권 관심이 모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20일부터 21일까지 1박 2일간 '호남권 민생 투어'를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21일 오전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저희(새로운미래)가 하고자 하는 건 분열이 아니라 재건·확대"라며 "현재 양당 구도는 대단히 비정상적이며 여기서 소외된 나머지 30%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호남 행보는 최근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68.2%에서 47.7%로 무려 20.5%포인트 폭락했다.
같은 기간 이준석 신당은 1.8%에서 12.4%로 급등했다. 이낙연 신당 지지율은 9.1%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9.7%와 비슷하다. 개혁신당에 국민의힘 출신이 많고 이 전 대표가 전라남도 지사 등을 지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며 "해당 민심이 제3당으로 갈지 모른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낙연이 아닌 이준석 신당에서 호남인들이 하나의 '대안'을 찾은 거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낙연 캠프 때 같이 했던 이병훈 의원도 탈당을 안하고 있다"며 "'반윤석열'로 뭉쳐야 한다고 판단하는 호남 민심이 세력도 약하고 명분도 약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호남 지역 지지는 단순히 지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보 진영과 수도권 지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평가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주도했던 국민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원내 제3당에 오른 것도 호남 지역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결국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개혁신당과 합당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석현 새로운 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어떤 형식이든 협력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전날 JTBC 뉴스룸에서 '3지대 빅텐트 골든타임이 조금씩 지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민주당 출신 정치세력과 연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념과 정강정책에 차이가 있는 정치세력과 무리한 결합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기존 지지 기반만 훼손하는 일을 경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