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계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연이어 발생하며 물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확산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파주 양돈농장에서 돼지 폐사 신고에 따른 정밀검사 결과 ASF 양성이 확인됐다. 올 들어 두 번째 농장 확진 사례로, 이달 16일 경북 영덕 양돈농장에서 ASF가 확인된 바 있다.
ASF는 방역과 확산 차단을 위해 확진 농가의 사육 돼지에 대한 살처분이 이뤄지기 때문에 확산 시 공급 감소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상승요인이 된다. 또 주변 지역의 이동중지명령으로 돼지고기 유통에도 영향을 주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그간 ASF는 북한 접경지역과 가까운 경기·강원에서만 발생했지만 올 들어 경북지역에서도 첫 확진 농가가 나오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야생 멧돼지가 주로 전파하는 ASF 바이러스가 점차 남하하면서 전국이 사실상 위험지대인 셈이다.
현재까지는 두 곳의 확진 농가가 당장 돼지고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농가의 사육규모는 총 2300마리 규모로,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전국 돼지사육 규모가 1108만 마리라는 점을 비춰볼 때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AI도 당장 계란 수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 겨울 들어 이달 19일까지 전국 15곳의 산란계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왔지만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전국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7720만 마리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다만 설 명절이 4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들 가축전염병의 확산 여부가 변수다. 확진 농가가 늘어날 경우 명절 수요와 맞물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7일 중수본 회의에서 "그간 경기‧강원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ASF가 경북지역까지 발생한 엄중한 상황"이라며 "인접 시군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소독, 검사, 점검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차관은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계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대규모 농장에서 추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널식 소독시설과 통제초소 운영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이 발견된 경우 엄격하게 처분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