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 넘게 늘어난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11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한파와 역전세·전세사기 우려가 맞물리며 전세대출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추후 부동산 상승 기대감 및 집값 하락세가 유지되면서 매매 수요는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선 지난해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29조892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6조757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60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조9242억원 줄었다. 2년 전인 2022년 말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이 131조984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조2878억원 늘어난 것과 사뭇 다른 추세다.
전세대출 경우, 지난해 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부담은 물론 전국적으로 역전세 및 전세사기 이슈가 터지며 관련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역전세난은 전셋값 시세가 2년 전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것을 뜻한다. 아울러 지난해 ‘빌라왕’ 등 집주인이 집을 수백채씩 갖고 있으면서 전세보증금은 돌려 줄 수 없는 상황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법정관리행이 잇따르는 데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집주인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액이 급증, 주거 안전판 기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인터넷은행의 전세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로, 시중은행(연 4%대) 대비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은행권의 전세대출 이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주담대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전년대비 혜택이 강화된 정책모기지 상품 출시가 예고되면서 관련 수요가 올해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