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남4·5구역, 압구정2~5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재건축 등 '황제 입지' 정비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시공권 수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선별수주 기조가 이어지지만, 향후 랜드마크가 될 만한 상징성과 사업성이 높은 주요 지역은 포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요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 초호화 설계 등을 앞세워 사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남4·5구역, 압구정2~5구역 수주전 기대…조직개편에 원가수주 홍보까지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2331가구)과 한남5구역(2560가구)은 상반기 중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두 구역 모두 한강과 맞닿아 있고 대규모 재개발로 주목받는 사업지인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오티에르(HAUTERRE)를 적용하는 등 하이엔드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한남4구역 조합 관계자는 "네 곳의 대형사 관계자들이 모두 조합을 열심히 드나들고 있는데, 특히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남5구역의 경우 DL이앤씨가 오랜 기간 공들여온 사업지로 알려져 있지만 삼성물산도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5구역 조합원은 "업계에서 DL이앤씨가 워낙 오랜 기간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도 “GS건설이 발을 빼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전처럼 적극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를 선택한다는 게 조합원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남 2구역은 대우건설이, 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주했다.
국내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2~5구역도 올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있다. 압구정에서 국내 최초로 설계사 공모 홍보전시관이 운영된 만큼 '정비사업의 꽃'인 시공사 수주전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각 구역의 설계사로 선정된 희림과 해안, DA건축은 서울시 신통기획안을 기반으로 한강 조망권을 고려한 최적의 설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도시정비영업팀 내에 '압구정 재건축 수주 TFT'를 신설했다. 올해 핵심 사업지 수주전이 줄줄이 예고된 만큼 수주 성공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사업추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신설한 도시정비추진팀도 1팀과 2팀으로 분리, 인력을 일부 충원했다. 공사비 협상 등 수주 사업지에 대한 관리를 세밀하게 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은 서초구 신반포2차(49층 계획)를 시작으로 압구정까지 한강변 초고층 단지를 주력으로 수주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압구정 TFT는 향후 입찰 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회사 내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여의도 한양과 신반포2차, 송파 가락삼익, 한남4구역 등 한강변에 있는 사업지를 주력으로 보고 있다"며 "성수나 압구정 등 다른 사업지도 이미 관리하고 있어 올해 안에 발주가 나오면 바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한양·시범·대교, 성수전략정비구역도…"사업성·상징성 높아 랜드마크 조성"
여의도도 작년 말 공작아파트를 시작으로 올해 시공사 선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서울시 제동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가 멈췄던 한양은 조만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시범, 대교아파트 등이 올여름 전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한양에서는 작년 맞붙었던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또 한번 격돌한다. 당초 포스코이앤씨는 '총 사업비 1조원 조달', 현대건설은 '동일 평형 입주 시 조합원 분담금 0원' 공약을 각각 내걸며 출혈경쟁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다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확정되지 않은 정비계획안을 토대로 절차를 진행하고 일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은 부지를 사업구역에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제동을 받았다.
최근 KB부동산신탁이 롯데쇼핑과 롯데슈퍼 부지 매입 협상을 끝내면서 한양아파트는 다시 재건축 절차를 밟게 됐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선정 절차를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영등포구, 서울시와 일정 조율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4개 지구 모두 70층 이상 초고층 개발을 계획 중인 성수전략정비구역도 이르면 올 7~9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는 총 9053가구 규모로, 서울시 높이 제한이 완화되며 최대 80층까지 짓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건축심의 접수를 준비하는 단계다. 가장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들이 대부분 매일 조합에 발도장을 찍는다"고 전했다.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 초호화 설계 등을 앞세울 계획이다. 대형사들은 압구정2~5구역에 모두 최상급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우선 신반포2차에 디에이치(THE H)를 앞세워 수주 작업을 하고 있다. 여의도 한양도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적용하며 공들이고 있다. 앞서 한남3구역이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한남'으로, 2구역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적용이 결정되며 한남4·5구역에 참전하는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등도 아크로와 오티에르를 내세워 승부를 걸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지만 한남과 압구정, 성수 등 한강변에 있는 대표적 사업지는 모두 상징성과 사업성이 높아 대형사들은 어떻게든 수주하려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