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6의 강진이 휩쓸고 간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가 육지의 섬이 됐다.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폭설과 혹한으로 구조 작업과 인프라 복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진으로 도로가 토막토막 끊어지고 통신마저 단절돼, 노토반도는 그야말로 ‘외딴 섬’이 돼버렸다.
지진 휩쓴 자리에 폭설…생존자 삶도 ‘처참’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이시카와현 내 사망자 수는 168명으로 집계됐다. 지진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276명이 숨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처음이다.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락 두절 주민 수가 323명이나 달하고, 와지마시에서 무너진 가옥에 사람이 깔려있다는 제보가 다수 접수됐다. 산사태 등으로 육로가 끊겨 피해자 규모 파악조차 힘들다. 이날 와지마시에서는 산사태 징후로 인해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생존자들의 삶도 처참하다. 지진이 휩쓴 와중에 폭설과 강추위까지 겹쳐 생활 인프라 복구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7일 기준으로 400여 곳의 대피소에서 약 2만9000명이 몸을 의지하고 있다. 이시카와현 내에서 약 2만 가구가 정전됐으며, 6만6000가구 이상이 단수를 겪고 있다. 대규모 피해를 입은 와지마시 및 스즈시 등에서 고립된 최소 2318명의 주민은 도움의 손길조차 받지 못하면서 혹한과 공포를 견뎌내고 있다. 활주로가 손상된 노토공항은 오는 24일까지 폐쇄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적설량은 스즈시 13㎝, 나나오시 12㎝, 와지마시 9㎝다. 일본 정부는 전날에도 자위대 약 5900명을 투입하는 등 구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폭설로 인해 구조 작업이 여의치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피난 생활이 길어지면서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재해 관련사’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원전 우려도 상존한다. 이날 동해와 접해 있는 시카원자력 발전소에서 주변 바다로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진으로 원전 2호기 변압기의 배관이 손상돼, 바다로 약 100ml의 기름이 유출됐다. 운영사는 방사성 물질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토반도 인근에는 원전 다수가 모여 있어,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제조업 80% 가동…정전·통신 장애에 불확실성 짙어
지진으로 산업 시설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진 피해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둔 기업 약 200개사 가운데 약 80% 이상이 생산을 재개하거나 가동 시기 목표를 세웠다.그러나 대규모 정전과 통신 장애가 계속되는 탓에 가동 불확실성은 짙다. 무라타제작소는 이시카와현 공장 등 전체 직원들의 인명 피해 상황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 제약회사 사와이는 공장 피해로 인해 9일 이후에나 가동을 재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시바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은 각각 10일과 9일부터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공급망 혼란도 우려된다. 도요타 자동차는 8일부터 생산을 개시하지만, 일부 협력업체들의 가동이 불확실하다. 당분간은 재고 부품을 활용할 방침이지만, 15일 이후 조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