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가 그린 1990년대 상하이" 드라마 '번화' 흥행몰이

2024-01-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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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46' 잇는 3부작…CCTV "진정한 시대극"

드라마 속 호텔·레스토랑·음식 '인기몰이'

황허로 레스토랑 '번화 세트' 예약 폭주 

왕자웨이 드라마 번화 포스터
왕자웨이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번화' 포스터.

1990년대 홍콩 영화 뉴웨이브 시대를 이끈 왕자웨이(王家衛, 왕가위)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 드라마 '번화(繁花)'가 중국 대륙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속 배경이 된 1990년대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경기 호황 시절 상하이의 풍경이 중국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각종 음식점·호텔·미식 등 아이템도 화제다.
 
"왕자웨이표 상하이 드라마" '화양연화' '2046' 잇는 3부작

지난달 27일 중국 국영중앙(CC)TV에서 첫 방영된 30부작 드라마 '번화'가 시청률 2%를 돌파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40개가 넘는 위성채널이 있는 중국에서는 시청률 1%가 넘으면 흥행, 2%가 넘으면 대박이라고 표현한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산 드라마의 구세주"라며 왕자웨이 감독의 신작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드라마는 작가 진위청(金宇澄)의 2012년작 동명 소설 '번화'가 원작이다. 번화는 꽃이 만발한다는 뜻으로, 이 소설은 지난 10년간 베스트셀러를 이어가며 100만부 이상 팔렸다. 

드라마는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고속 발전하면서 기회와 희망으로 가득한 1990년대 초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다. 상하이 증권시장 개설과 함께 주식 투자로 떼돈을 벌어 자수성가한 주인공 아바오(후거 분)가 사업을 하면서 온갖 암투와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특히 드라마는 경제 호황으로 변화하는 세상사와 맞물려 돌아가며, 다양한 계층 남녀의 돈·성공을 향한 욕망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장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틀렸다면 그것은 나 자신이다", "가장 빨리 운명을 바꾸려면 땅과 주식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등의 대사에는 개혁개방 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급속히 변화하는 중국의 사회상이 반영됐다. 

특히 등장인물이 구사하는 상하이 사투리와 왕자웨이 감독 특유의 유려한 영상미는 시청자로 하여금 완전히 1990년대 상하이로 빠져들게 한다. 왕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드라마 '번화'도 주인공 아바오의 독백이 곳곳에 삽입됐다. 중간중간 첼로 음이 묵직하게 깔린 왕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2046'의 삽입곡 '유메지의 테마'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왕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번화'는 영화 '화양연화'·'2046'을 잇는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CCTV는 "드라마 '번화'가 하이파이(海派, 상하이 스타일)극의 '아우라(腔調)'를 갖고 있음과 동시에 독특한 지역적 문화 특색을 반영했다"며 "그것이 인물 캐릭터든, 상하이 스타일이든, 아니면 왕자웨이 감독의 브랜드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아우라'를 보여준 것"고 평가했다. 
 
황허로 레스토랑 '번화 세트' 예약 폭주 
드라마 번화에 등장하는 상하이 황허로 레스토랑 즈전위안 사진드라마 번화 캡처
드라마 '번화'에 등장하는 상하이 황허로 레스토랑 '즈전위안'. [사진=드라마 '번화' 갈무리]

드라마에는 1990년대 상하이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 비즈니스 장소인 호화 레스토랑이  몰려있던 황허로(黃河路), 당시 중국 패션의 중심으로 각종 백화점들이 몰려있는 난징로(南京路), 황푸강이 내려다보이는 와이탄의 랜드마크인 해관총서 시계탑, 1920년대 지어진 상하이의 유서 깊은 고급 호텔인 허핑반점(和平飯店) 등이 등장한다.

드라마 방영 후 이곳에는 옛 향수를 느끼려는 중국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홍콩 명보 등은 최근 보도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 리리(신즈레이 분)가 황허로에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 '즈전위안(至真園)'으로 등장하는 타이성위안(苔聖園) 음식점은 드라마 방영 일주일 만에 핫플레이스가 됐다. 타이성위안은 드라마 방영후 상하이 본토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번화 세트' 메뉴도 새로 선보였다. 하지만 타이성위안에서 '번화 세트메뉴'를 예약하려면 최소 반년이 걸릴 정도로 예약이 꽉 찼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허핑반점에도 투숙객으로 꽉 찼다. 특히 주인공 아바오가 묵었던 1박에 1만6888위안짜리 '번화 패키지 스위트룸'은 이미 만석이다. 허핑반점 레스토랑에서 번화 드라마를 테마로 출시한 일일 20세트 한정판 2인 기준 1460위안짜리 '번화 세트'도 이미 예약 만료다. 

주인공이 즐겨 먹던 상하이 음식도 화제다.  아바오가 즐겨 먹는 간차오뉴허(干炒牛河, 소고기볶음면)와 파오판(泡飯, 국밥),  여주인공인 상하이 국영기업 직원 왕샤오제(탕옌 분)가 즐겨 먹던 상하이 간식 파이구녠가오(排骨年糕,돼지갈비와 떡을 달콤한 소스에 묻혀 먹는 간식거리) 등도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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