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하 산은)은 5일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들을 소집해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노력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개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은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추진과 관련해 5대 은행과 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부행장 회의를 개최하고 태영건설 부실과 관련한 계열주의 책임, 자구계획의 내용과 이행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이행분 890억원을 즉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그룹이 에코비트·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 나머지 3가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확약하고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채권단은 계열주가 기존에 제시한 자구계획을 즉시 이행하고,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워크아웃 개시의 기본 조건으로 내놨다.
산은은 "이 같은 기본 전제조건조차 충족되지 못한다면 제1차 협의회 결의일인 11일까지 75%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며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과 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8일 다시 만나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태영건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태영그룹과 채권단이) 상호 간 신뢰 형성이 안 된 것 같다"며 태영 측에 신뢰할 만한 안을 빨리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출발점은 문제 된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주주가 진정성 있게 (자구노력을) 한다는 믿음을 채권단이 가지는 것"이라며 "11일(1차 채권단협의회)까지 날짜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태영 측 자구 계획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자구 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제1차 채권단협의회까지가 아닌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