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시장이 개화기를 맞이했습니다. 미술품, 한우, 저작권, 와인, 부동산 부실채권(NPL)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중 투자자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눈길이 가는 업종은 부동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잠실 롯데 시그니엘, 안국역 다운타우너 등 기존에 알고 있던 일명 ‘핫플(핫플레이스)’에 커피값 5000원으로 건물 일부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2일 조각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조각투자 회사(카사코리아, 루센트블록, 펀블)가 지금까지 모집한 공모 총액은 900억원에 달합니다. 잘 알려진 부동산 물건으로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해운대 엘시티, 안국 다운타우너 등이 있습니다.
그 다음은 루센트블록(플랫폼명 소유)으로 총 198억4000만원의 목표가를 달성했습니다. 2주 전 루센트블록은 7호 청약 상품인 ‘신도림핀포인트타워’(모집가액 9억8000만원)를 공모 2시간 45분 만에 조기 완판시켰습니다. 그 외 문래 공차(14억9000만원), 전주 시화연풍(14억7000만원), 대전 창업스페이스(9억1000만원) 등도 앞서 완판을 기록했습니다.
루센트블록보다 규모가 큰 자산을 유동화한 펀블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호(64억8000만원)와 해운대 엘시티(28억5000만원)도 모집 후 조기완판에 성공했습니다.
부동산 임대료 수익률에 따라 배당금도 받을 수 있어 매각 후 수익률은 기본 10%를 넘어간다는 점 큰 이점으로 다가옵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소유주는 매월 118만193원을 지급받았다고 합니다.
2019년 카사를 필두로 부동산 조각투자사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지정받았습니다. 덕분에 4년 동안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가능해 각 회사마다 장외시장을 두고 있습니다.
공모 투자자들은 주식처럼 장외시장 어플에 들어가서 자신이 산 부동산 조각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당금 때문일까요, 업계에 따르면 매매보다는 투자자들은 보유를 더 많이 하는 편으로 거래율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루센트블록이 발표한 2023 부동산 조각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회원수는 약 30만명으로 여성 이용자 비율이 40%에 달합니다. 연령대는 1980년대~2010년 초반생까지 다양하며 MZ세대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지만 단일 건물을 내세우는 조각투자시장은 예외처럼 보입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증권으로 발행, 커피 한잔 가격인 5000원으로 투자에 참여, 소액으로 투자하고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아울러 다운타우너, 엘시티, 시그니엘 등 2030이 직접 찾아가 만든 ‘소비의 경험’이 투자자 유입에 한몫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부자, 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된 부동산 투자가 MZ세대 맞춤형으로 나왔다”면서 “기존의 익숙함이 MZ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오피스, F&B, 숙박, 문화예술 등 다양한 자산이 조각투자 상품으로 탈바꿈됐는데요, 이제는 부동산 NPL 등 더 다양한 부동산 상품이 조각투자로 나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도 부동산 조각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체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금융위는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이 속한 신탁수익증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기초자산이 복수재산의 집합이 아닌 단일 재산이어야 한다는 것.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브릿지론 등 불확정 사건과 연관돼 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에 부동산 조각투자회사도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 부동산 조각투자업체는 PF를 기초로 하는 조각투자 상품을 만들려고 했는데요, 규제에 막혀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또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이미 PF대출채권 유동화는 물론 기업어음(CP), 단기사채(STB)는 이미 소액으로 분할해 판매하고 있다”며 “부동산 조각투자 업계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