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99일 앞두고 제1야당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야권은 정쟁을 멈춘 채 이 대표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여권 역시 자극적인 언급은 피하고 엄중한 수사와 함께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피습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야 당대표나 대선 후보들이 전국 단위 선거 직전 괴한에게 피습 당한 역사는 한국 현대정치사에 여러 번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여야는 물론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피습 사건이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한 용의자는 지지자로 위장한 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민주당원으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60대 남성으로 전해졌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점에 대해 향후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혹은 비명계일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움직임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며 "가해자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원칙과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이 앞으로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 같다"며 "당대표가 피습을 당해 병원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비판을 하거나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야 대표급 정치인은 극단적 사고를 가진 반대세력의 표적이 되곤 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당시 이 후보를 위한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표모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에서 연설하던 중 야유하는 청중이 던진 달걀에 아래턱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 후보 시절 경기도 의정부에서 거리 유세 도중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외치며 던진 계란에 허리 부근을 맞았다.
여기에 이 대표 피습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정치인 신변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태순 평론가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첨예하기 짝이 없는 선거판에 정치인에 대한 신변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극단의 정치가 이 같은 비극을 낳고 있다며 여야가 협치를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진영 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고 언급했다.
박 평론가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공격"이라며 "여야 대표급 인사들은 상대방에게는 극단적 증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