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건설업계 중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과 관련해 부동산PF시장 불안이 당장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만에하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 안정 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향이)있더라도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만약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한은과 정부가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금안보고서를 통해 '질서있는 부동산PF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부동산 PF 사업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판단하고 직접 개입 대신 대주단 자율협약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그간 정부가 운영해 온 PF대주단 협의체가 부동산PF 부실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선 "기존에 문제가 된 PF 사업장에 대한 대주단 협약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 그러한 측면에서 PF대주단 협약 가동이 효과가 없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은은 고금리 장기화 속 건설사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태영건설에 이어 추가 유동성 위기 기업이 나타날 것인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현 상황에 대해 김 국장은 "현재는 부동산 PF가 사업장을 기준으로 여러 금융기관이 참여해 부담을 덜었다"며 "과거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브릿지론(2금융권 단기차입금) 등이 과감히 들어오면서 부실이 컸던 부분이 있고, 또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활용도가 크다. 시장성 자금조달 수단이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나눠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32조원 상당(지난 3월 기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부동산·건설업 관련 기업대출 규모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220조원 가량 급증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업종별 기업대출 증가분(567조4000억원) 가운데 부동산업이 175조7000억원, 건설업이 44조3000억원 확대됐다. 김 국장은 구체적인 부동산PF 대출 규모에 대해 "부동산PF 규모 판단에 대한 핵심은 미래 분양 가능성이나 현금흐름 상황"이라며 "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과 연결돼 사업장 별로 평가해야 하는데 감독당국이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