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 통과자 명단'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이 명단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이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다.
문 지회장은 2020년 총선 당시 문 전 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등 논란을 일으켜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그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8%가량 득표하며 3위로 낙선했다.
반면, 김윤식 전 시흥시장에 대한 당의 잣대는 달랐다. 김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단수 공천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경선 불복'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은 "문 지회장은 지난해 4월 대사면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당 일각에선 "김 전 시장이 친명(친이재명) 인사였어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음주운전·탈당 이력에도 '적격'
민주당은 아울러 '음주운전'과 탈당 이력이 있는 이용주 전 의원에게도 적격 판정을 내렸다. 지난 총선에서 전남 여수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 전 의원은 2018년 10월 31일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는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한 달여가 지났을 때였다. 반면, 비명계 인사에 대해선 탈당이나 음주운전 등 형사 처벌 이력과 관계없는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당정 협력 일정 불응'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낙(친이낙연)계인 그는 친명계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경기 고양을)에 예비 후보로 지원했었다. 최 전 시장은 이후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이의신청처리위원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당 안팎에선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판이 쇄도한다. 고무줄 같은 판단 잣대도 문제지만, 음주운전을 하고 아빠 찬스를 한 인물을 예비후보로 뽑는 것이 과연 '국민적 눈높이'에 맞느냐는 것이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항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하는데 과연 음주운전하고 아빠 찬스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후보로 내는 게 맞는 거냐"라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이런 방식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 안팎에서 제일 걱정하는 게 계파 갈등이나 공천 학살인데, 예비후보 등록이라는 선거 준비 초반 단계에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라며 "당이나 개인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후보들을 내세워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데 나가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막겠느냐"며 "적어도 경선을 열어서 경선할 기회라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잡음이 지속될수록 이 전 대표의 신당이 힘을 받게 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조금 더 심사숙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