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원칙˙상식

[기원상의 팩트체크] '지역구 세습', '음주운전'도 野 심사 통과?…계파 공천 정말 없나

2023-12-28 14:14
  • 글자크기 설정

비명계 인사, '당정 협력 일정 불응' 사유로 부적격

당 내부 "국민 눈높이 맞는 후보 내야…당 지도부 심사숙고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계파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총선에서의 '경선 불복'을 이유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마찬가지로 경선에 불복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까지 출마했던 다른 인사는 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 잣대를 두고 '비명계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검증 통과자 명단'을 지난 26일 공개했다. 이 명단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이 포함돼 논란을 일으켰다.

문 지회장은 2020년 총선 당시 문 전 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등 논란을 일으켜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이에 반발한 그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8%가량 득표하며 3위로 낙선했다.

반면, 김윤식 전 시흥시장에 대한 당의 잣대는 달랐다. 김 전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단수 공천에 반발해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경선 불복'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은 "문 지회장은 지난해 4월 대사면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당 일각에선 "김 전 시장이 친명(친이재명) 인사였어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음주운전·탈당 이력에도 '적격'
민주당은 아울러 '음주운전'과 탈당 이력이 있는 이용주 전 의원에게도 적격 판정을 내렸다. 지난 총선에서 전남 여수갑에 공천을 신청한 이 전 의원은 2018년 10월 31일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는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한 달여가 지났을 때였다. 

이 전 의원은 또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분당 시 국민의당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해 원내에 입성했다. 

반면, 비명계 인사에 대해선 탈당이나 음주운전 등 형사 처벌 이력과 관계없는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당정 협력 일정 불응'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낙(친이낙연)계인 그는 친명계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경기 고양을)에 예비 후보로 지원했었다. 최 전 시장은 이후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이의신청처리위원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당 안팎에선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는 비판이 쇄도한다. 고무줄 같은 판단 잣대도 문제지만, 음주운전을 하고 아빠 찬스를 한 인물을 예비후보로 뽑는 것이 과연 '국민적 눈높이'에 맞느냐는 것이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항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하는데 과연 음주운전하고 아빠 찬스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후보로 내는 게 맞는 거냐"라며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이런 방식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 안팎에서 제일 걱정하는 게 계파 갈등이나 공천 학살인데, 예비후보 등록이라는 선거 준비 초반 단계에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라며 "당이나 개인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후보들을 내세워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데 나가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막겠느냐"며 "적어도 경선을 열어서 경선할 기회라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잡음이 지속될수록 이 전 대표의 신당이 힘을 받게 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조금 더 심사숙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