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들고 면세점 휘젓던 '유커'들, 'MZ싼커'로 돌아왔다…관련주들은 울상

2023-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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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관광정보센터를 찾은 여행객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관광정보센터를 찾은 여행객. [사진=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들이 되돌아왔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업들 주가는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관광객 연령층이 MZ세대로 바뀌면서 소비 행태도 단체 중심인 '유커(游客)'에서 개인 여행인 '싼커(散客)' 방식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기준 호텔신라는 -22.14%를 나타냈다.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말 전일 대비 11.24% 내린 6만800원에 마감하며 2017년 10월 12일(5만8000원) 이후 6년 만에 신저가를 기록했다. 그 밖에 현대백화점 -11.69%, 신세계 –19.68% 등 다른 면세점주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유커와 중국 현지 매출 의존도가 컸던 화장품주는 더 심각한 침체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화장품주인 LG생활건강은 -51.45%, 아모레G는 -18.05% 기록했다. 지난 10월 27일 하루 만에 20% 폭락한 LG생활건강은 두 달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커가 깃발을 든 단체 관광객으로 국내에 들어와 화장품과 명품을 싹쓸이했다. 그러나 현재 MZ세대 중국 여행객은 소규모 맛집 탐방, 관광명소 인증 등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리오프닝 관련주도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지난 3분기 신라호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77억원으로 집계됐다. 목표 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9만원으로 낮춘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호텔신라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원(전년 동기 대비 -19.7%), 영업이익은 311억원(흑자 전환)으로 예상보단 부진하지만 전 분기에 비해 개선된 실적을 예상한다"면서도 "4분기에도 재고 소진 관련 원가 부담은 일정 부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80억원에 그쳤다. 같은 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한 288억원을 기록했다. 미주, 유럽, 중동, 일본 등 비중화권에서는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나 중국 매출이 다수 차지하는 아시아 매출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급감한 실적을 거뒀다.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증권가에서는 리오프닝주 실적 부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여행 금지 해제 조치 이후에 실제 관광객이 아직 늘지 않고 손실만 발생하고 있다"며 "예상 경로대로 업황이 회복되지 않아 불확실성만 커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국 관련 리오프닝주는 코로나19 직전까지 몇 배씩 뛰었던 종목들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선언한 후 리오프닝주 급등세가 예상됐지만 이미 중국인의 한국 관광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은련카드 소비 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9월까지 중국인 소비 행태에서 면세점 비중은 35.9%로 2019년 같은 기간 63.1%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신 매출액 상위 10개 업종에 없던 편의점이 전체 매출액에서 1.5%를 차지하며 매출 9위로 올라섰다. 2019년 매출액 0.8%로 10위에 머물렀던 음식점 역시 2.9%로 7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이 같은 'MZ세대 싼커' 소비 패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시나리오별 중국인 관광객 규모 및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2017년 3월 한한령 이후 6년 반 만에 단체관광이 재개됐지만 9월 단체관광객은 1만3000명(관광비자 기준)으로 8월 대비 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중국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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